[시론/박철형]버블에 쓰러진 두바이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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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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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의 땅, 중동의 작은 나라 두바이는 사막의 오아시스이자 상상력이 현실이 되는 나라라는 이미지로 잘 알려졌다. 세계 최초로 모래로 바다를 메워 야자수와 지구촌 모양을 본뜬 섬을 만들고 세계 최고 높이의 초고층 빌딩을 지으며 상식의 틀을 깨는 상상력과 창조경영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던 나라이다.

두바이가 채무상환유예를 전격 요청함에 따라 세계는 또 한 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두바이 재무부가 최대 국영지주회사인 두바이월드와 자회사인 나힐의 채무상환을 2010년 5월까지 연기해 주도록 채권자들에게 요청한다고 밝히면서 파장이 확산됐다. 세계적 성공사례로 평가받던 두바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두바이는 국가 신인도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채무상환 연기라는 고육책까지 쓸까?

독창적 국가발전전략을 구사한 두바이가 경기과열과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환경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결과로 평가할 수 있다. 자원부국인 주변 산유국과 달리 석유자원 고갈을 목전에 둔 두바이는 포스트오일(post-oil)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1980년대부터 국가개조사업에 박차를 가한다. 키워드는 허브전략. 다방면에 걸쳐 중동의 허브로 자리 잡음으로써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두바이는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발전을 염두에 두고 국제물류허브 관광허브 정보기술(IT)허브 미디어허브 금융허브 교육허브를 조성하려고 대규모 인프라 건설 및 부동산개발 투자사업을 전개했다. 그리고 광고효과와 선점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최고전략’을 전개했는데 세계 최초, 세계 최고의 수식어가 붙는 랜드마크 건설이 대표적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황무지인 사막에 7성급 호텔과 인공섬 테마파크 쇼핑몰 랜드마크가 들어서고 세계 언론과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되자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며 게임의 룰을 바꿔놓았다. 2003년 이후 시작된 고유가를 배경으로 넘쳐나는 오일머니와 해외투자자금이 고수익의 투자처를 찾아 두바이로 유입되면서 두바이의 건설 붐은 절정에 이른다. 그 결과 2002년부터 2007년까지 두바이는 연평균 15% 이상의 고속성장을 이뤘으며 특히 2006년에는 37%라는 경이적인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두바이의 경제성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는다. 공급을 통해 창출한 수요가 새로운 공급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가수요와 과잉유동성이 버블을 형성하고,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의 발발로 자산가치가 일순간 급락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바이의 부동산가격은 최근 1년간 50%가량, 주식시장은 65% 폭락했다. 이로 인해 두바이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음은 물론이고 시장공급의 중심이던 두바이 정부는 채무상환 압박에 몰리게 된다. 대규모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채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100∼120%가 넘는 수준인 800억∼1000억 달러에 이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발생한 2007년을 전후해 두바이 정부가 경기과열 상황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부채구조 및 국영기업 재무구조의 건전성을 위한 조치를 사전에 취했다면 상황이 지금처럼 악화됐을까?

우리 역시 글로벌 경제위기로 어려운 시기를 헤쳐 가는 가운데 새로운 시장기회의 창출이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하지만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상상력과 게임의 룰을 바꾸는 창조경영 못지않게 시장수급 및 실물에 근거한 시장판단과 대응, 외부환경 변화에 따른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이 두바이의 사례가 주는 값비싼 교훈이다.

박철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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