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무하 ]식량안보, 식품별 자급률 모두 고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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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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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곡물가격은 지난해 천정부지로 오르다가 올해는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폭락했다. 그 여파로 국내의 쌀값이 하락하자 농민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졌다. 농민들은 현 정부 들어 쌀값이 더욱 폭락하는 이유를 대북 쌀 지원이 중단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부가 대북지원을 중단해서 쌀의 수요량이 줄었고 공급과잉으로 이어져 쌀 값 폭락을 불러왔고 고통은 고스란히 농민이 떠안았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정부대로, 농민은 농민대로 걱정이다. 하지만 쌀의 공급량이 많아 가격이 떨어진다는 국내 상황과는 달리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높은 식량가격으로 30여 개 나라가 식량위기를 겪고 있다. 세계 인구 증가로 식량 생산을 2030년까지 50%, 2050년까지 2배로 늘려야 한다며 국제 곡물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을 암시하니 정책 입안자와 국민 모두가 혼란스럽다.

한국과 국토 조건이 비슷한 스위스는 대외무역 의존도가 70% 이상이고 농업은 취약하지만 국내 생산과 수입의 조화로 식품 자급률 57%(2006년 기준)를 유지한다. 영국은 식품 자급률이 60%(2007년 기준)인 상황에서 지난해 7월 국가 환경식품농촌부가 식품 안보를 위해 밖으로는 수입처의 다변화를 추구하며 안으로는 지속가능한 농업 생산을 독려했다. 선진국은 국가 차원에서 환경과 생태를 고려한 농업 생산성 향상과 국민 개개인의 적절한 영양공급을 고려하는 식품안보전략을 세우는 셈이다.

선진국의 식품안보전략은 크게 세 가지 내용을 고려하여 마련한다. 첫째는 식품 확보 가능성이다. 자국의 주요 식품을 국내외에서 얼마나 생산하는지, 교역을 통해 충분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지, 주요 식품의 확보가 힘들 때 대체가 가능한지를 고려한다. 두 번째로는 식품에의 접근성이다. 국가적으로 충분한 양의 식품을 확보해도 개인적으로 구입할 수 없거나, 배급을 통해 할당할 때 자기 손안에 들어오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아울러 선호식품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 비선호 식품을 국가적으로 아무리 많이 확보해도 소비하지 않으므로 소용이 없다. 세 번째로 활용성이다. 제공하는 식품이 영양 가치가 있고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며 섭취하기에 안전해야 한다.

국내에서 얘기하는 식량안보는 쌀을 위주로 하는 곡물 자급률 중심의 개념이다. 다시 말해 곡물 확보 여부를 식량안보와 연결한다. 여기에 따르면 쌀이 남는다고 걱정하는 지금은 식량안보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 국민은 이제 밥으로만 살지 않으므로 문제가 생긴다.

우리 국민의 단백질과 지방 섭취량에서 50% 이상은 축산물이 공급한다. 과일과 채소의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동물성 식품의 자급률이 74.7%, 식물성 식품의 자급률이 56.5%로 둘을 합치면 평균 59.9%(2007년 기준)이다. 곡물만을 분리하여 식량 자급률을 계산하면 27.4%라는 계산이 나온다. 사정이 이런 데도 식량 확보 문제로 국가적으로 큰 어려움이 있을 듯이 얘기하는 이유는 식품안보를 곡물 위주의 사고로 파악하기 때문이다.

식품안보는 국민의 영양섭취 상태와 종류별 소비실태를 고려하여 국민건강에 유익한 식품의 소비촉진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즉 유익하지 않은 수입식품의 소비를 줄이고 유익한 식품의 국내 생산을 늘려 자급률을 높이는 정책을 운용해야 한다. 세계화 시대에 식품안보는 국내 생산과 교역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전략으로 해결해야 한다. 모든 국민이 밥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므로 국내 자급률만 늘려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무하 한국식품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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