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영순]‘광우병 공포’ 남은건 선입견 깨뜨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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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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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견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에 대하여, 이전부터 머릿속에 들어 있는 고정적인 관념이나 견해’이다. 따라서 어떤 일이나 사물에서 받은 첫인상이나 최초의 정보는 우리 머릿속에 강한 기억으로 남는다. 이런 정보는 추가로 접하는 모든 대상을 판단할 때 기초가 된다. 그러므로 미지의 사실에 대해 올바른 결단을 내리는 첫 단계는 처음으로 접하는 정보의 정확성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이후의 모든 단추는 자기 자리가 아님에도 원래 자리에 있는 듯이 당연하게 여긴다. 누군가 친절하게 말해주거나 본인 스스로 느끼지 않으면 이런 상태를 바로잡기는 어렵다.

소해면상뇌증이 어떤 질병이냐고 질문을 받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머릿속 정보를 바쁘게 찾겠지만 답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에 대한 정보를 접한 바 없기 때문이다. 광우병이나 미친 소 병이라고 하면 대부분이 금방 답을 찾아낼 것이다. 방송 화면을 머리에 떠올리면서 “아! 소가 제대로 걷지 못하고, 그런 쇠고기를 먹으면 우리도 소와 같이 미쳐가는 무서운 질병”이라며 한두 마디씩 말을 할 수 있다.

광우병은 정말로 치료가 안 되는 무서운 질병임에는 틀림없다. 우리는 광우병이 어떤 질병인지 얼마나 정확히 알며, 광우병 발생을 막기 위해 어떤 일을 하는지 얼마나 알까? 이 질병에 대해 조금이나마 과학적인 사실을 안다면 막연한 두려움이나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

영어 표현인 ‘mad cow disease’를 우리말로 옮기면 미친 소 병 또는 광우병(狂牛病)으로 해석된다. 정식 명칭은 소의 뇌세포에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축적되어 마치 스펀지(해면)같이 보인다고 해서 소해면상뇌증이라고 부른다. 이 질병이 소나 사람에게 감염되는 과정은 요즘 유행하는 신종 인플루엔자와 같이 바이러스처럼 공기를 통한다거나 감염된 사람의 손이나 신체 접촉을 통한 감염과 다르다. 소해면상뇌증은 특정위험물질을 직접 섭취해야만 감염된다.

전 세계 소해면상뇌증 발생의 95%를 차지하는 영국의 사례에서 그 증거를 찾아볼 수 있다. 이 질병이 발생하자 영국의 과학자들은 질병 전파의 원인을 추적했다. 젖소의 우유 생산량과 성장촉진을 위해 사료에 첨가한 소나 양의 동물성 단백질이 주요한 원인으로 밝혀졌다. 다시 말해서 소해면상뇌증에 감염된 되새김동물의 장기를 사료로 만들어 소에게 공급하면서 생긴 병이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질병 발생의 최고점에 이른 1992년의 3만7280마리에서 지난해에는 37마리, 올해에는 9월까지 7마리가 발생했다. 결론적으로 동물성 단백질의 사료금지 정책을 통해 이 질병의 발생을 효과적으로, 현저하게 줄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은 동물성 단백질을 소에게 먹이는 일을 법으로 금지한다.

우리나라에서는 OIE가 정한 기준에 따라 매년 국내에서 기르는 소를 대상으로 소해면상뇌증 검사를 실시한다. 다행히 소해면상뇌증에 감염된 소가 발견된 바 없다. 11월에는 주저앉는 소(다우너 소)의 도축을 제한하고 이들 소를 대상으로 소해면상뇌증 검사를 의무화했다. 국민의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바람직한 조치다.

소해면상뇌증은 인간의 순간적 실수로 생긴 질병이다. 원인과 감염경로를 알아내어 세계 각국이 적극적으로 대처한 결과 이제는 거의 사라지게 됐다. 따라서 우리 국민은 지난해 막연한 두려움으로 인식된 광우병에 이제는 과학적이고 이성적으로 접근하여 충분히 예방과 통제가 가능한 질병으로 재인식하기를 기대한다.

이영순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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