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이현구]과천과학관, 재미있는 교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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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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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교부(현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어린이과학경시대회’를 개최한 적이 있다. 초등학생이 팀을 이뤄 과학실험을 한 뒤 결과를 놓고 토론을 하면 상을 줬다. 여기에 참가해 실력을 겨룬 경험이 나중에 과학의 길로 들어서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얘기를 과학인에게서 자주 듣곤 했다.

어떤 훌륭한 수학자는 중학교 시절 극한의 개념을 확실하게 이해하기 위해 고민했는가 하면 문제풀이 과정을 놓고 선생님과 열띤 토론을 전개하면서 자연스럽게 수학에 심취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실험 여건이 불비한 농촌 학교에서 독서를 통해 과학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하여 과학기술 발전사를 공부하고 스스로 과학의 길을 걸어 노벨상에 근접하는 탁월한 업적을 이룬 저명한 생물학자도 있다.

어린 시절에 과학에 흥미를 갖고 집중하는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실감하게 해준다. 이렇게 하여 우리 청소년이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과학의 길로 들어선다면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따라 우수한 과학자를 배출하려면 청소년에게 과학을 어떻게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느냐는 과학교육의 문제가 대두된다.

재미있는 과학교육의 가장 좋은 방법은 학교에서 배운 이론적 과학지식을 현장에서 보고, 듣고, 체험하면서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장학습의 가장 좋은 장소가 과학관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진국은 국가 차원에서 과학관을 육성하고 세계적인 명소로 발전시키고 있다. 어떤 고명한 과학자는 젊은 시절에 산업혁명의 원천인 기관차 실물을 영국의 ‘과학박물관’에서 보고 받은 감동을 평생 잊지 못한다고 얘기한다.

이런 점에서 국립과천과학관은 국내 과학기술 수준을 획기적으로 제고하는 데 크나큰 의미를 지닌다. 설립 1주년을 맞은 과천과학관이 청소년을 위한 재미있는 과학교육의 산실이 되기를 바란다. 과학관이 더욱 재미있고 유익한 과학교육의 전당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를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상설전시관은 재미있는 내용물로 풍성하게 채우고 과학기술적 이슈와 경제환경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전시하면 좋겠다. 청소년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과학기술 콘텐츠를 연구하고 확보하는 데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선진국의 과학관과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운영의 노하우를 배우면서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경쟁해야 한다.

또 과학기술 콘텐츠의 전시 및 체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국내외 과학기술 전문가의 세미나, 특강, 공동체험 및 참여를 활성화해 재미있는 과학교육을 위한 실질적 교육의 장이 돼야 한다. 예를 들어 청소년이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국내외 과학자를 연사로 초청하고 ‘재미있는 과학교실’(가칭)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우리 청소년과 과학자가 함께하는 대화의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학습프로그램은 석학이 참여하는 국내 과학인 단체와 공동 운영하는 방안도 바람직하다.

개관 1주년을 맞은 과천과학관은 과학기술계의 가장 중요한 기관의 하나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과학관 스스로 원대한 비전을 갖고 전략적으로 운영하고 이를 통해 우리 청소년은 물론이고 전 세계의 청소년과 관광객이 지속적으로 찾아오는 세계적인 명소로 발전해야 한다. 과학관을 찾아 과학에 흥미를 느낀 청소년이 열심히 공부해서 노벨상을 타고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과학관의 노력에 과학인과 정부의 지원을 합치면 이런 모습이 미래의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되리라 확신한다.

이현구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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