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구조조정’ 스스로 하는 現重노조 돋보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6일 03시 00분


현대중공업(현중) 노조가 내부 조직을 대폭 줄여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 개편하기로 했다. 규약이 개정되는 대로 현재 12개 부서를 7실1연구소로 통폐합해 다음 달부터 운영한다는 것이다. 오종쇄 노조위원장은 “내년 1월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금지 조치가 시행될 경우에 대비해 조직을 효율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55명인 현중 노조 전임자의 임금은 지금까지는 회사에서 나오지만 지급이 끊기면 노조가 책임져야 한다. 조합비를 현행 기본급의 0.9%에서 2.0%로 두 배 이상 올려야 가능하다. 현중 노조는 조합비를 인상하지 않고 경비 지출을 줄이거나 전임자 수를 줄이는 쪽을 택했다. 현중 노조처럼 조직을 슬림화 효율화하면 전임자 수를 줄일 여지가 그만큼 커진다.

작년 기준으로 국내 기업 노조는 평균 조합원 150명당 전임자 1명을 두고 있다. 일본은 570명, 미국은 약 900명, 유럽은 약 1500명에 1명의 전임자를 둔다. 이들에 비하면 한국 노조는 ‘전임자 천국’이다. 회사 일을 거의 하지 않는 일부 대기업 노조의 임시 상근자나 대의원 등을 포함하면 사실상의 전임자는 훨씬 많다. 넘쳐나는 전임자들은 일거리를 만들려고 공연히 마찰을 일으키거나 노조를 전임자 위주로 운영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

1997년 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노동조합 업무에 종사하는 자(전임자)는 사용자로부터 어떠한 급여도 지급받아서는 안 된다’(24조2항)고 명시하고 있다. 13년간 사문화돼 온 이 조항이 시행돼 전임자 임금을 노조가 지급해야 한다면 넘쳐나는 전임자 수를 노조 스스로 줄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노조 활동에 전념하는 전임자 임금을 회사 측이 지급하지 않는 게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노조 탄압이라고 주장하기에 앞서 ‘노동 귀족’이라는 비난을 듣는 전임자의 관행을 스스로 고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전임자에게 차량과 기름값을 대주는 등 각종 특혜를 줘가며 노조와 타협해 온 일부 대기업도 잘못된 고리를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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