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印度시장과 4만8000명 일자리 날릴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5일 03시 00분


우리나라와 인도 간의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이 8월 7일 공식 서명됐지만 국회가 지금껏 비준동의를 미뤄 자칫하다간 발효가 1년 늦춰질 우려가 높다. 인도는 인구로는 세계 2위,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2위, 구매력 기준 세계 4위의 시장이다.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효력을 가진 CEPA를 통해 다른 나라보다 한발 앞서 인도에 진출하려는 계획이 무산될 위기다.

인도의 관세인하 일정을 감안해볼 때 한-인도 CEPA가 잠정 합의대로 내년 1월 초에 발효하려면 다음 주 중 국회가 비준동의를 마쳐야 한다. 그런데도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 국회 연설에서 “한미 FTA는 물론 한-유럽연합(EU) FTA, 한-인도 CEPA 추진으로 농어민의 피해가 가중되지 않도록 예상 피해를 추계하고 대책을 마련한 후 비준동의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한-인도 CEPA는 상호 농업 부문을 개방 대상에서 대폭 제외했는데도 민주당은 ‘농어민 피해’를 들먹였다. 국정 현안이 생길 때마다 ‘통과세’를 받듯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양국 간 교역량을 감안한 가중평균 관세율은 인도가 6.2%, 우리가 2.5%다. 양국이 나란히 관세를 내리면 우리가 얻는 효과가 더 크다. 기계 자동차 화학 전기전자 철강 등 제조업 분야의 수출증대 효과가 클 것이란 분석이다. 산업연구원은 CEPA 발효 후 10년간 우리의 대(對)인도 무역흑자가 연평균 1억4000만 달러 늘어날 것으로 분석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관세가 철폐되면 우리 고용이 4만8000명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인도 CEPA 발효가 늦춰지면 우리의 수출 경쟁국들만 박수를 칠 것이다.

인도는 현재 일본 EU 태국 말레이시아와도 FTA 협상을 벌이고 있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한-인도 CEPA 발효가 1년 늦춰지면 우리가 인도 시장을 선점(先占)이 아니라 후점(後占)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리는 FTA로 칠레 시장을 선점했다가 중국과 일본이 각각 칠레와 FTA를 맺은 뒤 시장점유율이 하락한 경험을 갖고 있다.

국회는 경제외교, 기업경쟁력 강화를 말로만 외칠 게 아니라 정부가 힘들여 맺은 협정이 제때 발효되도록 협조해야 옳다. 한미 FTA, 한-EU FTA도 마찬가지다. FTA 타결 전후로 국회가 주도한 각종 회의가 수없이 열렸는데도 지금에서야 ‘피해 추계와 대책’을 논의하겠다면 FTA 훼방 놓기로 비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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