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원기]G20 한국회의, 개도국 끌어안을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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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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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1월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유치가 유례없는 새로운 외교적 기회임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이제 유치의 흥분과 감격에서 벗어나 차분하고 냉철한 자세로 내년 정상회의 준비를 어떻게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첫째,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일회성 이벤트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정상회의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단순한 정상회의 행사 개최를 넘어서 G20이라는 새로운 국제협력 프로세스에서 우리의 국제적 기여와 영향력을 어떻게 확대할 수 있는가가 더욱 중요하다. 특히 내년 11월 G20 회의를 개최할 즈음이면 세계경제가 위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고 그동안 수면 아래 잠복했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첨예한 갈등이 전면에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내년 G20 회의의 성공 여부는 우리가 참가국 간의 갈등과 이해대립을 조정하고 중재하는 외교적 리더십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발휘하는가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둘째, 지금부터 대외적으로 G20 외교를 다양한 분야와 수준에서 활발히 전개해야 한다. 정상회의 행사를 치르는 일에만 집중해서는 부족하다. 우리의 외교 네트워크를 크게 확대할 절호의 기회다. 내년 G20 회의의 의장국이자 주최국으로서 G20 회원국뿐만 아니라 G20에 들어오지 못한 나라와 만나서 그들의 의견을 듣고 이를 반영하여 회의의 의제로 만드는 작업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G20 안에서는 이슈 분야별로 워킹그룹 같은 협의채널을 구성해서 회원국 모두와 긴밀하게 접촉하는 준비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G20 밖에서는 개도국과 지역별 또는 이슈별로 다양한 형태의 양자 및 다자 포럼이나 대화를 수시로 개최하여 지지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G20에 들어오지 못한 개도국이 느끼는 소외감이나 불안감을 해소하고, 한국이 개최하는 G20이 그들에게 위협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가 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G20의 안과 밖에서 전방위적 외교를 성공적으로 추진한다면 내년 G20 회의를 끝내고 나서 개도국의 리더로서 국제적 신망과 위상을 높일 뿐만 아니라, 지금보다 훨씬 더 넓고 다양한 외교적 네트워크를 확보할 것이다.

셋째, G20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경제협력체로 자리 잡도록 제도화할 수 있는 방안과 이를 뒷받침할 정밀한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지난 피츠버그 회의에서 G20을 매년 1회 정례적으로 개최하기로 결정했으나 아직 제도적으로는 매우 미약한 상태이다. G20 제도화의 핵심 문제는 G20의 대표성, 효율성 및 책임성을 어떻게 제고할지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의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로서 G20을 어떻게 제도화하고, 한국은 어떠한 국가적 목표와 비전을 가지고 대응해 나갈지를 연구하고 전략을 정립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G20 외교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우리의 국제적 역할과 위상에 비추어 절대적으로 부족한 외교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관련 조직을 이른 시일에 정비하여 체계적인 준비체제를 갖추도록 하고, 대외적으로는 국제사회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인적 물적 차원의 외교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또한 G20 국가 공관의 네트워크화를 통해 신속대응 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외교역량과 경쟁력은 곧 우리 외교관의 역할과 역량에 달려 있는 바, 장기적으로는 국제경쟁력과 전문성을 갖춘 유능한 외교 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제도적 기반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최원기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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