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오명철]서울대가 세종시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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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7일 21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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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둘러 말하지 않겠다. 욕먹을 각오도 하고 있다. 세종시 문제 해결의 해법으로 서울대를 이전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제안한다. 정치적 최종 책임은 마땅히 이명박 대통령이 져야 하고, 총대는 서울대 총장을 지낸 정운찬 국무총리가 메야 하며, 이장무 현 총장은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어차피 ‘수도 이전’은 대통령선거 전략이었으므로 국가 백년대계나 충청지역 발전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충청 주민들도 냉정하게 실익을 생각해야 할 때다.

“충청인들은 더 큰것 요구해야”
서울대가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이라는 데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서울대의 교육여건이 최상인가에 대해서는 늘 회의를 갖고 있었다. 최근 오랜만에 가 본 관악캠퍼스는 대학 캠퍼스가 아니라 도떼기시장이나 다름없었다. 전체 터는 330만 m²(약 100만 평)가량 되지만 가용면적은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3주일여에 걸쳐 서울대 총장과 학장 및 주요 보직을 맡았던 인사들, 충청권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당시의 핵심 인사와 대기업 회장, 현 정부 주요 인사와 서울대 졸업생 등 20명가량을 심층 취재했다. 서울대 출신이 절반가량, 나머지는 다른 대학 출신이었다. 결론은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최선의 선택이다. 그러나 서울대가 과연 그렇게 하겠느냐”는 것이었다.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세종시 건설계획 원안은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었다. 국가 전체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충청지역에도 실질적인 도움은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서울대 공대나 일부 연구 실험실습단지 정도를 옮겨봐야 큰 실익이 없다. 서울대를 통째로 옮겨 명품 대학도시를 만들되, 학제와 대학의 연구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더불어 교수 학생의 주거 복지 및 자녀교육 문제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핵심 인사는 “‘충청인’들은 부처 분할보다 더 크고 실질적인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대가 세종시로 가면 이미 그곳에 용지를 확보한 KAIST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인근 대덕연구단지에는 국립연구소가, 세종시에는 삼성전자 LG생명과학 현대자동차 등 굵직굵직한 민간기업 연구소가 가야 한다. 그래야 명실상부한 ‘자족도시’가 된다. 서울대 출신의 명문 사립대 원로 교수도 “서울대가 경기 시흥시에 제2캠퍼스를 추진한다는 얘기가 있던데 거기보다는 세종시가 더 낫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명예교수도 “관악캠퍼스에서는 서울대가 더는 발전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서울대 동문들은 1975년 동숭동 태릉 등 7곳에 나뉘어 있던 서울대가 현재의 관악캠퍼스로 이전했을 때는 캠퍼스 통합이라는 큰 틀 안에서 별다른 저항이 없었다고 기억한다.

국가 미래위해 ‘관악’ 넘어서야
가장 큰 걸림돌은 서울대 구성원, 특히 교수들(1824명)의 반발 가능성이다. 학장을 지낸 서울대 중진 교수는 “절대로 안 된다.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이고, 교수와 학생 학부모들이 거세게 반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역시 학장을 지낸 중진 교수는 “세종시에 기숙사생활을 의무화한 1, 2학년용 제2캠퍼스를 건립하거나 첨단 연구시설을 옮겨가는 방안 정도는 고려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이다. 반면 인문대 85학번 동문은 “서울대도 법인화와 함께 미래지향적으로 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회계열 출신의 78학번 동문은 “동숭동에서 관악으로 왔던 공간적 심리적 거리에 비해 관악에서 세종시로 가는 거리가 결코 먼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1980년대에 누군가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눈을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고 읊었다. 21세기 서울대는 이제 스스로 ‘관악’을 넘어서야 한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서울대 구성원들의 애정 어린 질책과 결단을 촉구한다.
오명철 전문기자 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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