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황우석을 넘어 ‘바이오 再起’에 박차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27일 03시 00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과욕(過慾)에서 일부 데이터 조작에 관여했으나 실제 줄기세포주가 수립된 것으로 믿었고, 2004년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게재된 논문의 연구 성과가 전체적으로 허위로 보기는 어렵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황 전 교수는 사기혐의에 대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연구비를 일부 횡령하고 난자를 불법매매한 혐의가 안정돼 어제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유죄로 인정한 횡령부분에 대해서도 “피해액 대부분이 연구원들의 복지 등에 사용되고 사리(私利) 목적으로 쓰인 것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또 “동물복제 연구 등에 탁월한 업적으로 과학발전에 크게 공헌했다”는 이유를 들어 실형으로 엄벌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황 전 교수 사건은 2006년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44차례나 공판을 열어 70명가량의 증인에 대한 신문을 벌였다. 판결문만도 260여 쪽에 이르러 재판부가 고심한 대목이 엿보인다. 다만 이번 판결은 형사처벌을 위한 법률 및 사실 판단일 뿐이다. 과학의 생명은 진실성에 있고 과학연구의 윤리는 법률 논리보다 더 엄격함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과학자로서 황 전 교수는 계속 논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황 전 교수와 연구진의 철저한 반성이 필요한 대목이며 한국 과학계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재판부는 난자 이용과 관련해 공여자에게 재산상 이익을 제공한 행위는 결과적으로 위법하다고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사리사욕을 취하지 않은 정상을 참작했다.

황우석 사건으로 우리나라의 줄기세포 연구가 중단돼 있는 동안 선진국들은 연구 속도를 높이며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은 작년 말 세계 최초로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해 개발한 척수손상 치료제의 임상허가를 받았다. 일본 교토(京都)대 연구팀은 지난해 배아가 필요 없는 만능줄기세포를 만들어 특허까지 받았다.

우리나라는 줄기세포 연구에서 가장 앞서 있었으나 황 전 교수 사건으로 크게 위축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4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차병원의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계획을 조건부로 승인하면서 동물실험 위주로 진행해 난자 사용을 최소화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신성장동력인 생명공학기술(BT) 분야는 우수한 연구 인력과 축적된 노하우가 있는 만큼 연구의 불씨를 되살린다면 선진국 못지않은 실적을 낼 수 있다. 우리가 세계 줄기세포 연구에서 재기(再起)하려면 정부와 연구진, 업계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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