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안병준]해외개발원조, 발전경험을 전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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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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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개발원조(ODA)를 한국의 개발경험을 전수하고 교육하는 데 집중하도록 제안한다. 유상원조에 치중하고 여러 부처가 중복해서 관리하며 지원 국가도 분산되는 등의 난맥상을 시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ODA는 원조를 받는 국가의 발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동시에 우리의 국익에도 기여하도록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개발원조위원회(DAC)가 한국의 ODA는 정책조정의 결여, 유상원조의 과다라는 문제에다 127개국에 조금씩 주는 바람에 효율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내년에 한국이 DAC에 가입하기 위해서도 이런 결점을 시급히 시정해야 한다. 금년에 한국의 ODA는 10억 달러 이상으로 예상되지만 OECD 회원국 중에서 아직도 바닥권이다. 정부는 2015년까지 3배로 증액할 계획인데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우선 지금까지의 경험과 현재의 능력에 입각해 적은 돈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는 분야와 대상국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발도상국의 발전에 핵심 역할을 담당할 차세대 지도자를 양성하는 일에 경제발전 경험을 전수하고 교육하는 데 ODA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노자가 말하기를 물고기 한 마리를 가난한 농부에게 주면 하루를 견딜 수 있지만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면 평생 살 수 있다고 했다. 공적원조의 일부를 개도국의 관료, 기업인 및 교사를 양성하고 발전문제를 연구하며 지식을 공유하는 데 투입하자. 자연자원 없이 오로지 우수한 인간자원을 교육하고 동원한 발전전략으로 선진국의 문턱까지 오게 된 대한민국은 교육 과학기술 정책 관리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타국에 전수할 수 있다.

또 막대한 장비와 재원을 염출하기보다는 이를 창출할 수 있는 지식과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데 치중하면 좋겠다. 우리는 1960년대 초에 1인당 국민소득이 60달러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2만 달러까지 높였다. 또 주요 20개국(G20) 회원국이 되어 내년에 정상회의를 주재하는 선진국이 됐다. 이제는 남을 돕는 데도 다른 선진국과 다르고, 오히려 더 나은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동시에 원조의 효과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는 분야에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매년 20여 개국에서 1000명의 젊은이를 유치해 국내 전문기관에서 교육시킬 필요가 있다. 해외에서 한국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고 한국의 시장개척과 자원 확보의 기회도 확장시킨다. ODA가 외교의 중요한 도구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한국의 발전경험을 그대로 수출하지 말고 개도국이 우리의 경험에서 일정한 교훈을 얻어 자국 상황에 맞는 발전을 모색하도록 자극하자는 말이다. 예컨대 한국의 수출주도형 발전전략, 가족계획, 새마을운동, 산림녹화는 이미 모범적인 성공사례로 인정받는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뒤 한국이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금융 감독을 제도화하는 동시에 산업 구조조정을 과감하게 실시한 것도 성공적이었다. 현재의 세계적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도 한국은 유동성과 거시정책을 효과적으로 관리해 다른 나라보다 경기회복이 빠르다.

이런 노하우를 전수하는 교육은 이미 경험을 축적했고 전문 인력을 갖춘 기관이 담당해야 한다. 그래야만 외국 학생을 초청해놓고서도 영어강의가 부족하다는 등의 비판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ODA 계획을 총괄할 수 있는 중앙기구 설치 역시 시급하다. 이 기구는 정부가 결정한 명확한 정책목표와 우선순위에 따라 더욱 체계적으로 ODA를 이행해야 한다.

안병준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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