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황기연]KTX역세권 개발, 광역경제권과 연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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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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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고속철도(KTX)는 2004년 개통 이후 사람을 태우고 물자를 실어 나르며 가파른 성장세를 그려 나가고 있다. 세계철도연맹(UIC)에 의하면 2007년도 KTX 이용객이 세계 4위이다. 1위는 일본, 2위는 프랑스이다. 경부선 2단계 노선과 호남선 전용철로가 개통하면 KTX가 국가 기간 간선교통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도 현재 추진하는 KTX 역세권 개발계획을 살펴보면 일반철도나 도시철도의 역세권 개발계획과 모양새가 다르지 않다. KTX라는 국가 기간 간선교통망과 KTX 역의 기능을 일반철도나 도시철도와 다르게 보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의 광역경제권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KTX 역세권의 전략을 광역경제권 발전 구상과 연계하여 수립하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역세권 개발과 차별화된 KTX 역세권 개발전략은 무엇일까.

첫째, KTX 역세권 개발권역을 일반철도 역세권 개발권역인 반경 500m보다 확장하여 바라봐야 한다. KTX는 지역이나 국가 간 간선교통망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려는 통근 통학의 목적보다는 비즈니스나 상업 및 여가 활동의 영위에 필요하다. KTX 역이 있는 도시를 광역경제권과 연계하려면 도보로 접근이 가능한 거리를 고밀도로 개발하면서도, 대중교통수단으로 접근할 수 있는 거리인 반경 2∼5km를 역세권으로 설정하여 체계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둘째, KTX 역세권 개발을 광역경제권 개발과 연계하려면 생산과 교류기능을 겸비한 복합적 고밀개발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 현재의 KTX 역세권 개발은 업무나 상업 중심의 개발로 진행한다. 이런 기능 이외에도 생산 소비 주거의 기능이 복합되도록 추진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KTX 역이 광역경제권의 관문(gateway)이 되려면 역 중심에 가까울수록 교류와 업무 및 상업기능을, 멀어질수록 주거와 첨단산업을 융합하는 방식으로 토지이용계획을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KTX 역세권 개발은 도시규모별로, 그리고 광역경제권역별로 주된 기능을 차별화해야 한다. 서울 및 부산과 같은 대도시의 KTX 역세권 개발은 국제교류 및 상업과 업무를 주된 기능으로 개발함으로써 미국 뉴욕, 일본 도쿄, 프랑스 파리와 같은 세계 대도시와 경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반면에 중소도시나 미개발지에 정차하는 KTX 역은 주거기능과 함께 자족적인 도시로 성장하도록 첨단산업 기능을 유치할 필요가 있다. KTX 역 중심의 자족적 도시개발은 KTX 개통의 부정적 효과인 빨대효과(straw effects)를 미연에 방지하고, 광역경제권 발전구상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조치이다.

넷째, KTX 역세권 개발을 광역경제권 구상과 연계하려면 광역경제권 내에서 KTX 역 중심의 네트워크형 연계교통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KTX 역세권 개발만으로는 세계 거대도시권과 경쟁할 수 없다. 광역경제권별로 지역 간 간선교통망인 고속화철도, 광역교통망인 광역철도와 광역 간선급행버스체계(BRT), 도시교통망인 버스와 도시철도를 효율적으로 연계하는 교통망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

엄청난 초기 투자비용과 운영비용이 소요되는 KTX를 건설하려는 이유는 KTX가 장거리 교통의 면에서 볼 때 승용차나 항공기보다 환경친화적인 교통수단이고, KTX 역이 해당 지역과 국가의 관문이기 때문이다. KTX 역세권 개발을 정부의 광역경제권 발전구상과 체계적으로 연계할 때 KTX가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기능과 역할이 훨씬 커질 것이다.

황기연 한국교통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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