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한상준]‘타미플루 특허정지’ 둘러싼 제약업계 소동

  • 입력 2009년 10월 1일 02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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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타미플루 복제약을 생산하려고 저러는 것인지 아닌지는 조금만 지켜보면 결론이 날 겁니다.”

한 달 전인 8월 말 만난 한 제약회사 관계자 A 씨는 앞일을 미리 예측하는 듯한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당시 제약업계의 최대 이슈는 스위스 로슈사가 생산하는 타미플루 특허에 대한 강제 정지 여부였다. 물론 발단은 정부가 먼저 제공했다. “타미플루가 부족하면 특허 정지 조치를 내린 뒤 국내에서 복제약 생산이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의 발언이 있은 뒤 제약업계는 들끓기 시작했다.

발 빠른 제약업체 1, 2곳이 선수를 쳤다. 이들은 “특허 정지 조치가 내려지면 곧바로 타미플루 복제약을 생산할 수 있는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고 뒤따르는 기업도 여럿 생겨났다. 줄잡아 7, 8곳이 ‘타미플루 복제약 생산이 가능하다’는 보도자료를 잇따라 발표했다.

당황한 쪽은 복지부였다. 복지부는 “특허권 강제 조치는 원론적인 이야기”라며 “실현 가능성은 현재로선 없다”고 선 긋기에 나섰지만 사태는 진정되지 않았다. 여기에 몇몇 인터넷 언론은 제약업체가 발표한 보도자료를 고스란히 옮기며 ‘신종 플루 수혜주’라고 소개했다. 당연히 주가는 재빠르게 움직였다. 이른바 ‘수혜주’라고 소개된 몇몇 업체의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특허가 정지될 때를 대비해 보도자료를 낸 것뿐이라는데, 이를 말릴 근거도 없지 않느냐”며 난감해 했다.

당시 A 씨는 “조류인플루엔자가 유행했던 2005년에도 이번과 똑같은 특허 정지 논란이 빚어졌다”며 “2005년에도 일부 업체의 주가가 폭등했지만 곧 제자리로 돌아와 몇몇 주주만 재미를 봤는데, 아마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타미플루 특허 강제 실시 논의는 어느새 사그라졌다. 최고 두 배 가까이 치솟았던 몇몇 ‘수혜주’ 제약업체의 주가는 그의 말처럼 8월 중순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이를 두고 또 다른 제약업체 관계자는 “순수하게 복제약을 생산하려는 의도를 가진 업체도 있었겠지만, 강제 실시 조치가 없을 걸 알면서도 주가나 한번 띄워보려는 업체도 있었을 것”이라며 “신약 개발보다는 복제약 생산에 주력하는 제약업계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제약업계를 강타했던 ‘타미플루 특허 정지 소동’은 국내 제약업계가 100년이 넘는 역사에도 왜 ‘경쟁력이 약하다’는 꼬리표를 아직 떼지 못하는지 설명해준 셈이다.

한상준 산업부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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