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特區같지 않은 경제특구

  • 입력 2009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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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제 한국선진화포럼에서 “자본이 부족한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은 한반도 전체를 경제특구(特區)로 운영하는 자세로 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전국에 6개의 경제자유구역을 만들었지만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특구뿐 아니라 국토의 모든 곳에서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어 외국인 투자를 끌어와야만 우리 경제가 국제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는 외자 유치를 목표로 2003년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권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했다. 이명박 정부가 2008년 황해(경기 충남), 대구-경북(지식창조형), 새만금-군산(전북) 등 3곳을 추가해 모두 6개의 경제자유구역이 개발 중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지정된 지 6년이 지났지만 부동산 개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다국적 기업의 기술연구소나 세계적인 대학과 병원의 유치는 본격화하지 못했다.

제주도는 국제자유도시가 됐으니 강원과 충북 지역을 제외하고 각 도가 경제자유구역을 갖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전투적 노사관계가 외국인 투자를 밀어낸다. 특구도 이름만 특구지 외국인들이 들어와 살 여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공공성을 지나치게 요구하는 교육 의료 분야의 규제에 묶여 외국인을 위한 학교나 의료시설을 제대로 지을 수 없는 실정이다.

최경환 신임 지식경제부 장관은 19일 인천경제자유구역을 찾아 “자유 없는 자유구역이 만들어져서야 되겠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교육 병원 등과 관련된 규제 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 보건복지가족부가 교육 의료 등 서비스 분야의 규제를 풀어야 가능한 일이다. KOTRA의 안충영 외국인투자 옴부즈맨은 “병원이나 학교도 영리법인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 시대에 외국인 투자는 경제 발전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다. 우리 기업이 해외로 나가기만 하고 외국 기업이 국내에 들어오지 않으면 이른바 ‘괜찮은 일자리’는 창출될 수가 없다. 글로벌 기업들은 바이오 제약 에너지 등 신성장동력 분야의 연구 개발도 공동 추진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추세이다. 외국인 투자 없이는 신성장동력 분야의 과실을 기대하기 힘들다.

지난해 한국 기업이 해외에 240억 달러를 투자한 반면 외국인들이 국내에 직접 투자한 액수는 80억 달러에도 못 미친다. 외국 기업이 국내에 공장을 짓고 근로자를 고용하는 직접투자는 부진한데 자본 차익을 노리는 간접투자만 지나칠 정도로 유입돼 증시를 달구고 있다. 간접투자 자본이 갑자기 빠져나가는 경제 불안 요인을 상쇄하기 위해서도 직접투자를 활발히 유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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