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유덕영]혈세 받으며 포상금 나눠갖는 경찰병원

  • 입력 2009년 9월 1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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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서울 송파구 가락본동에 위치한 경찰병원 600여 명의 전 직원은 월급 이외에 ‘보상적 경비’ 명목으로 41만 원씩을 추가로 지급받았다. 2007년 30만 원씩을, 2006년 말에도 본봉의 75%씩을 같은 명목으로 일괄 지급받았다.

이들이 이렇게 공평하게 나눠 받은 돈은 경찰병원의 ‘초과수입금’ 중 일부다. 이는 병원이 유공 직원과 팀에 지급한 ‘병원 발전 유공 포상’ ‘연말 포상금’ 등 각종 성과급과는 별도의 돈이다. 다친 경찰과 전·의경을 치료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경찰병원은 2006년 기관장에게 인사·예산 등 자율권을 부여하되 운영 성과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정됐고, 목표액을 넘겨 달성한 초과 수입금은 수입 증대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한 직원에게 보상적 경비로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나눠 먹기’식으로 초과수입금을 사용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규정대로라면 병원은 초과수입을 내는 데 기여한 직원을 가려내 인센티브를 줘야 하지만 일률적으로 포상금을 ‘돌리는’ 데 매년 초과수입금의 11∼15%를 사용했다.

이에 대해 병원 관계자는 “외부의 위원을 포함해 10명 내외의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보상적 경비 지급 문제를 논의했는데, 월급에 포함된 성과급이 이미 차등 지급되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많지 않은 금액이지만 공평하게 주는 게 낫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고 설명했다.

또 경찰병원이 매년 수백억 원의 혈세가 투입되는 기관이기 때문에 ‘포상금 나눠 먹기’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태원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결산 심사 자료에 따르면 경찰병원은 정부에서 운영비용으로 △2006년 310억8000만 원 △2007년 340억6500만 원 △2008년 349억5800만 원을 각각 지원받았다. 올해도 250억7000만 원을 지급받을 예정이다.

상당 부분 세금으로 운영되는 책임운영기관의 초과수입금을 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생산성을 높이고, 기관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나눠 먹기식 포상금 지급은 생산성을 높이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포상금은 공이 있는 사람에게 돌아가야 경쟁력이 높아진다. 공이 없어도 포상금을 받는 구조라면 그 조직의 경쟁력은 나아지기 어렵다.

유덕영 사회부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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