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원 겸직 장관, 지역구와 차기 총선은 잊어야

  • 입력 2009년 9월 5일 0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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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개각에 따른 장관 내정자 6명 가운데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임태희 노동부 장관, 주호영 특임장관 등 3명은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이다. 유임된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까지 포함하면 국무총리를 제외한 장관 16명 중 4명이 의원 겸직인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들 의원을 장관으로 발탁한 것은 정치권과 원활히 소통하고 정무적 감각을 살려 민감한 분야의 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해보라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겸직 장관들이 당(黨)과 지역구에 더 관심을 쏟는다면 부처 행정이 헝클어질 우려가 있다. 과거 정부의 겸직 장관 중에는 주로 정치권과 지역구 일에만 신경을 써 부처에 오히려 짐이 된 사람들이 있었다.

노무현 정부의 일부 겸직 장관들은 정치인 장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웠다. 강정구 교수 사건에서 전례 없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검찰의 뜻과 달리 불구속 수사를 관철하고 검찰총장 사퇴 파동을 부른 천정배 법무부 장관도 그런 경우였다. 그는 “죽을 각오로 열린우리당을 살리겠다”며 장관 자리에서 물러날 정도로,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직분 수행보다는 정치에 관심이 더 컸다. 당시에는 장관직이 대권 경쟁에 나설 정치인들의 경력 쌓기 용도로 인식되는 경향마저 있었는데 이는 국정의 엄중함에 비추어 결코 정상일 수 없다.

이 정부의 겸직 장관들은 지난날의 빗나간 선례를 거울삼아 장관직을 경력관리용으로 여기거나 정치인으로서의 이해타산에 얽매이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겸직 장관들도 정치인으로서의 입지와 경험을 잘 활용하면 행정부 내의 소임을 더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지역구와 다음 총선을 잊고 장관 직무에 다걸기(올인)를 해야 한다. 맡은 바 책무를 소홀히 하다 실패한 국무위원으로 끝나게 되면 정치인으로서의 경력에도 상처를 입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저소득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정책을 펴는 복지부의 전재희 장관이나 노사 문제를 다루는 노동부의 임태희 장관은 특정 이익집단의 압력에 휘둘릴 소지도 있다. 지역구 의원으로서 표를 의식하면 정책 의사결정이 왜곡될 수도 있다. 전 장관이 신성장 서비스산업으로 유망한 의료영리법인 허용 문제 등에서 경제 논리보다는 정치사회적 명분론 쪽에 서는 것도 정치인 장관이기 때문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임 내정자도 취임하면 비정규직법 문제,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및 복수노조 허용 문제 같은 현안을 정치인으로서의 장래보다 총체적 국익 차원에서 다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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