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칼럼]GM이냐, WM이냐

  • 입력 2006년 1월 1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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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이랬다. “제너럴모터스(GM)가 컴퓨터 업계만큼만 테크놀로지를 따라잡았다면 우린 25달러짜리 자동차를 몰고 있을 겁니다.”

이 말을 들은 GM이 보도 자료를 냈다. “우리가 마이크로소프트 같았으면 사람들은 하루에 두 번씩 차를 처박을 것이다.”

물론 농담이다. 하지만 김동진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11일 “노사관계가 이대로 가면 GM 꼴 난다”고 한 건 진담이었다. 물론 GM도 “너나 잘하세요” 되받지는 않았다. 최대 개인주주 커크 커코리언 씨는 10일 ‘주식배당금 절반 감축, 경영진 봉급 삭감’ 방안을 내놓은 상태다.

미국의 타이탄(거인) GM이 타이타닉도 아닌 동네북이 된 건 서글픈 일이다. 일본차 도요타에 세계 1등을 내주는 것도 시간문제다. 몰락 이유가 과도한 노동비용 때문이든, 신차 개발에 소홀해서든 한 가지는 분명하다. 세상 변화에 적응을 거부한 자해(自害)라는 사실이다.

GM이 20세기 산업화시대 제조업의 원형이라면 21세기 지식기반시대 서비스업의 모델은 WM(월마트)이라 할 수 있다. 임금과 연금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긴 GM과 달리 월마트는 노동비용을 깎아 소비자에게 돌려준다. 20세기 GM이 미국에서 가장 많은 일꾼을 고용했듯 월마트는 2006년 미국의 최대 일자리 창출 기업이다.

규모와 비용만이 월마트의 21세기적 속성은 아니다. 주문-운송-분류-포장-구매-제조-재(再)주문의 글로벌 공급사슬은 우리 시대 정보화와 세계화, 지식과 서비스의 융합을 상징한다.

우리나라에서 GM대우가 잘하고 있대서, 월마트가 별로 성공하지 못했대서 이들 기업을 소 닭 보듯 할 순 없다. 필사적으로 세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기업이나 개인이나 뒤처질 뿐이라는 현실을 GM과 월마트가 증명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리처드 세닛 씨는 “21세기에선 기업이 과거에 제공했던 안락함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신자본주의 문화’에서 지적했다. 기업도 우수 인력을 재빨리 찾아 써야 살아남는 판에 구시대적 인류까지 챙길 여유는 없다. 이상과 향수에 매달려 기업과 정부에 기대려 드는 GM 사람들은 그래서 20세기적이다. 뉴욕타임스는 GM이 미국 민주당 같다고 했다. 유연성이 핵심인 글로벌 경제를 못 따른다는 이유에서다.

GM 같은 제조업의 노동인구는 테크놀로지와 생산성 향상으로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 슬퍼하거나 노할 것도 없다. 농업인구가 줄면서 산업 역군이 많아진 것처럼 경제만 성장하면 일자리는 얼마든지 새로 생긴다. 주로 머리와 지식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에서다. 월마트에서도 물류서비스 지식근로자들은 21세기 첨병으로 뛴다. 고학력 기술 인력이 더 잘나가는 세상으로 바뀐 거다.

국가의 교육정책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동경제학자인 미국 스탠퍼드대 마틴 카노이 교수는 “신세계 경제에서 국가의 주 기능은 국민을 잘 교육해 세계 노동시장에 참여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핀란드가 세계에서 국가경쟁력 1위, 지식경제지수 2위에 오른 것도 성과와 경쟁을 중시하는 교육정책으로 교육 1등국이 됐기 때문이다.

월마트가 저임금으로 근로자를 착취한다고 공격하는 ‘양심세력’은 그만큼의 일자리도 못 만들면서 이상만 외치는 사이비 진보다. 진정 근로자를 위한다면 질 높은 교육과 경제성장으로 괜찮은 일자리를 열어 줘야 옳다.

핀란드가 40년 걸린 교육의 양적 확대를 우리나라는 20년 만에 이뤄냈다. 지금 ‘차별 철폐’라는 미명 아래 교육 품질 개혁을 외면하는 노무현 정부와 좌파적 교사들이 월마트용 미숙련 저임금 근로자와 여기에도 못 끼는 실업자를 양산하고 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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