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윤종]방송사는 누구의 ‘대변인’인가

  • 입력 2005년 6월 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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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법을 비판한 개빈 오라일리 세계신문협회(WAN) 회장이 ‘보수신문의 나팔수’라면 방송사는 정부의 ‘오라일리’인가?

지난주 KBS1TV ‘미디어 포커스’(4일)와 MBC ‘뉴스플러스 암니옴니’(3일)는 일부 신문이 1일 폐막된 WAN 총회를 ‘신문법 반대’라는 자사의 논조를 부각하는 데 이용했다고 비판했다. 두 프로그램은 동아, 조선, 중앙일보가 ‘신문법은 독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오라일리 회장의 발언을 신문법이 독자의 매체 선택권과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식으로 과장보도 했다고 주장했다.

‘뉴스플러스 암니옴니’는 신문법 17조(1개 신문이 시장점유율 30% 이상, 3개 이하 신문이 60% 이상이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에 따라 신문사가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돼도 단지 신문발전기금 지원 대상에서 배제할 뿐 독자의 신문 선택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미디어 포커스’ 역시 신문법 17조에 대해 같은 논리를 폈고, 편집위원회 설치 조항(18조)도 권고조항이지 강제조항이 아니라며 “보수언론이 자신의 입맛대로 필요한 부분만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두 프로그램이야말로 필요한 부분만 보도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위 남용이라고 판단할 경우 매출액의 3%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두 프로그램 모두 이런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편집위원회 설치도 마찬가지. 문화관광부가 발표한 ‘신문법 시행령’은 신문발전기금 지원 대상을 편집위원회를 구성한 신문사에 한정했고 편집위 구성 방식도 ‘노사 동수’로 사실상 강제했다.

언론재단이 2004년 전국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여론이나 의견의 동향을 알기 위해 이용하는 매체’를 조사한 결과 TV는 49.4%, 신문은 13.3%였다. 방송의 여론 독점이 신문보다 훨씬 심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준다. 그러나 두 방송사는 신문법의 독소 조항에 대해서 정부의 나팔수처럼 행동하고 있다. 미디어 포커스는 신문을 향해 “저러고도 언론 대접을 받겠다는 것이 의아하다”고 주장했지만 이 말은 고스란히 방송이 들어야 할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윤종 문화부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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