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서정보]위기 제대로 못읽는 방송사

  • 입력 2005년 5월 19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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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MBC SBS TV 등 지상파 3사가 최근 일제히 긴축 경영을 선언했다.

KBS는 제작비를 13.7% 삭감했고 SBS 역시 복리후생비 등을 일률적으로 10∼20% 삭감했다. MBC는 본부장급 임원의 임금을 20% 깎은 데 이어 직원 임금 10% 삭감 방안을 노조와 협의하는 한편 19일까지 명예퇴직 신청도 받고 있다.

방송사가 동시에 긴축에 나선 것은 올해 광고 수입이 격감했기 때문이다. MBC의 광고 수입은 올해 1∼3월 지난해 동기 대비 440억 원 줄었고 SBS는 151억 원, KBS도 71억 원 감소했다.

시청률 역시 떨어지고 있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이 18일 발표한 시청률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지상파 3사의 평일 평균 시청률은 2000년 36.5%였던 데 비해 10%포인트 추락한 27%였다.

방송계는 ‘지상파 독점 붕괴’로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등 뉴미디어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5년 내에 지상파방송이 전면 개편되는 ‘쓰나미’가 닥칠 것”이라는 얘기도 떠돈다.

하지만 경영상의 구조조정 노력과는 달리 방송 프로그램은 여전히 ‘과거’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각 방송사의 대표적 시사 프로그램은 ‘육영수 여사 저격’ ‘DJ의 숨겨진 딸’ 등 선정성과 과거사를 버무린 소재에 집착하고 있다.

상대 방송사의 흠을 물고 늘어지는 예도 잇따른다. MBC는 ‘100분 토론’에서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출연 개그맨들의 계약과 관련한 갈등 문제를 다뤘고, KBS1 ‘미디어포커스’는 사장 교체로 갈등을 빚고 있는 강릉MBC 사태를 조명했다. 또 ‘미디어포커스’나 MBC ‘뉴스플러스 암니옴니’ 등 매체 비평 프로그램은 주요 신문을 공격하는 데 힘을 쏟아 왔다.

첨단 산업인 방송이 뉴미디어 기술과 접목하면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구태의연한 프로그램 제작에 안주하고 독점적 지위를 지키기 위해 상호 헐뜯기와 타 매체에 대한 공격에 몰두하면 방송 산업은 사양산업으로 전락할지 모른다.

방송이 “변화하지 못 한다”며 신문을 향해 칼날을 겨눴지만 이제는 구(舊)미디어로 변해 가는 자신의 처지부터 되돌아볼 시점이다.

서정보 문화부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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