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10돌 맞는 국제교류재단 이인호 이사장

  • 입력 2001년 12월 4일 18시 46분


“정부가 당장 내년 초부터 없애겠다는 걸 간신히 의회를 설득해 2년 뒤로 미루긴 했는데 정말 걱정입니다.”

13일 창립 10주년을 맞는 국제교류재단의 이인호(李仁浩·65) 이사장은 3일 해외에서 한국 알리기의 첨병 역할을 해온 재단의 ‘생명줄’인 국제교류기여금을 살리기 위해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국제교류재단은 세계 각국에 각종 한국학 연구 기금을 지원하는 것을 비롯해 한국 문화를 홍보하는 중추적인 국가기관으로 자리잡았는데 정작 국내에선 그 역할과 중요성을 잘 몰라 예산의 3분의2가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고 걱정했다.

미국 하버드와 컬럼비아대, 영국 옥스퍼드대 등 세계 유수의 대학에 한국학 교수직을 설치한 것과 대영박물관을 비롯한 세계 3대 박물관에 한국실을 개설한 게 국제교류재단이 꼽고 있는 대표적인 성과.

이 이사장은 이어 “첫 여권 발급 때 내는 국제교류기여금(1만5000원)만 없애지 않으면 재단을 살릴 수 있다”며 “예산은 일본교류재단의 10분의1밖에 안되지만 직원들은 사명감을 갖고 혼신을 다해 뛰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2월에 취임한 이 이사장은 서울대 교수 시절인 96년 최초의 여성대사(핀란드)로 발탁돼 화제를 모았던 인물. 이어 러시아 대사까지 역임했다.

당시 전직을 위해 엄청난 고민을 했다는 이 이사장은 “여성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여성계와 주위의 요청을 뿌리치지 못한 게 결국 인생의 마지막을 외교 업무에 바치게 된 계기가 됐다고 회고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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