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권씨 "청국장 원조 맥 잇습니다"…14년째 연구

  • 입력 2001년 3월 22일 18시 36분


패스트푸드점이 판치고, 인스턴트 식품이 넘쳐나고 있는 요즘 우리 콩으로 만든 청국장 개발과 보급에 인생을 건 사람이 있다. 한국청국장연구소장이자 한국콩연구회 이사인 ‘청국장 박사’ 이범권(李範權·55·부산 동래구 온천1동)씨.

이씨는 최근 광우병과 구제역 등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해 “고기가 썩으면 ‘독’이 되지만 콩이 썩으면 피를 맑게 한다”고 말했다. 전북 장수의 산골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할머니가 끓여주던 청국장찌개의 맛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그는 68년부터 5년간 고향에서 공무원 생활을 할 때도 콩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다.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73년 부산에 정착한 뒤에는 한때 청국장 연구를 중단했다. 하지만 88년부터 다시 1300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청국장 원조의 맥을 잇기로 하고 연구에 전념했다. 이후 그는 전국을 돌며 맛을 익히고 식품박람회 등 각종 행사에 참석했다.

94년에는 아파트 등에서도 청국장 특유의 냄새를 최대한 제거하면서 손쉽게 콩을 발효시킬 수 있는 청국장 발효기를 개발해 특허를 받아 지금까지 7000여대를 보급했다. 서양 맛에 길들여져 있는 신세대를 위해 ‘청국장햄버거’와 ‘청국장샌드위치’ 등을 개발해 보급하고 청국장유부 청국장냉이무침 등 청국장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도 내놨다.

이씨는 “일본이 김치와 마찬가지로 청국장도 마치 자기들이 원조인양 온갖 행사를 다 갖고 있으나 정작 우리 식탁에서는 청국장이 푸대접받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051―553―4404

<부산〓조용휘기자>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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