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윤득헌/G77과 G7

  • 입력 2000년 4월 16일 19시 01분


개발도상국의 모임이 77그룹(G77)으로 불리게 된 것은 1964년부터이다. 제1차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총회 때 종래 비공식 모임을 가졌던 75개국에 우리나라와 베트남이 참가해 77개국이 공동선언을 함으로써 그러한 이름을 갖게 됐다. 지금은 회원국이 133개국이나 되지만 창립 선언 당시의 상징성 때문인지 명칭은 여전히 G77이다. G77이 지향하는 것은 개도국간 문제인 남남(南南)문제와 선진국과의 문제인 남북(南北)문제를 해소하는 일이다.

▷G77 회의는 근년에는 크게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주 쿠바 아바나에서 열린 회의는 달랐다. G77 회의 사상 최초의 정상회의였기 때문이다. 42개국의 국가원수와 80여 개국의 특사가 참석함으로써 ‘개도국 발전 방향 정립의 새 이정표’로 기록될 만했다. 실제로 회의에서는 남남협력 확대, 남북간 노동인력 자유이동, 새로운 국제경제 시스템 촉구 같은 의제뿐만 아니라 ‘유엔의 개혁’ 같은 국제정치적 의제도 다뤄졌다. 경제문제에 집중해온 G77의 성격으로 보면 이례적이다.

▷그러나 G77 회의가 국제정치에 비중을 두는 기구로 변모하기는 쉽지 않을 성싶다. 빈곤탈피 문제나 경제개발문제가 G77 회원국의 시급한 과제인 까닭이다. 또한 서방선진7개국(G7)과 러시아 등 강대국이 G77을 냉전구도에서처럼 제3세계로 신경을 쓰는 형국도 아니다. 결국 G77은 G7 등 선진국과는 경제문제를 고리로 상호이익을 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G77은 이번에도 부채탕감을 요구했고 G7은 지난해 과다채무빈국 부채의 3분의 1을 탕감키로 결정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며 G77을 탈퇴했다. 또한 G77로부터도 선진국으로 분류됐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G77 회원국의 경협파트너라는 점에서 이번 회의에 참관국(옵서버)으로 초청돼 참가했지만 따지자면 남북문제에서는 북쪽의 일원이다. 북한은 물론 G77의 회원국이다. 6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경협문제에서는 G77과 G7의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윤득헌논설위원> 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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