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실은… ‘강아지 공장’ 출신이에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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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배시설서 구입뒤 가정견 둔갑… 애견 분양사기 기승

직장인 유모 씨(31)는 지난달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 일반 가정에서 키운 애견을 85만 원에 분양받았다. 같은 종을 일반 애견 판매점에서 분양받는 것보다 20만 원 정도 비쌌지만 일반 가정에서 나고 자란 만큼 건강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선뜻 강아지를 데려왔다.

하지만 유 씨가 분양받은 강아지는 일주일 만에 혈변을 보는 등 건강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고 파보장염 진단을 받았다. 파보장염은 15일 이내 발병 시 분양받은 곳에서 보상해 주도록 한국소비자원에서 규정하고 있는 애견 질병 중 하나다.

유 씨는 곧바로 분양 견주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시름시름 앓던 강아지는 결국 폐사했지만 유 씨는 아무런 보상도 받을 수 없었다. 유 씨는 애견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 분양 견주의 아이디를 샅샅이 뒤져 자신과 비슷한 피해를 당한 사람이 여러 명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유 씨는 자신이 분양받은 강아지가 일반 가정에서 태어난 강아지(가정견)가 아닌 교배시설에서 태어나 마구잡이로 길러진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됐다. 분양 견주가 교배시설에서 싼값에 사 온 강아지를 가정견으로 위장해 비싼 값에 판 것이다.

최근 반려견을 키우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가정견으로 위장한 애견 분양 사기가 급증하고 있다. 사람들이 가정견을 선호하는 심리를 이용한 사기다. 태어난 직후 모견과 함께 생활하면서 견주의 보호를 받아온 강아지가 교배시설 강아지보다 더 건강하다. 같은 나이대, 같은 종이라도 가정견이 더 비싼 값에 팔리는 이유다. 이를 노린 애견 판매업주들이 일반 가정집을 가장해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일반 가정에서 강아지를 분양받을 경우 피해 보상을 전혀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현행 소비자분쟁 해결 기준에는 구입 후 15일 이내에 애완동물이 폐사할 경우 동종의 애완동물로 교환하거나 구입 금액을 환불하고 구입 후 15일 이내에 질병이 발생한 경우 사업자가 치료해서 소비자에게 인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가정견으로 위장한 판매 업주들은 별다른 동물판매업 신고 절차도 거치지 않기 때문에 피해 보상 규정을 지키지 않을뿐더러 일부 업자들은 판매 후 자취를 감추고 있다.

신희숙 동물보호실천연대 대표는 “반려동물을 팔아 조금이라도 더 많은 수익을 올리려는 악덕업주들에 대한 신고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면서 “이런 식의 가정견 위장 분양 사기를 단속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동연 기자 call@donga.com
#강아지#공장#분양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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