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靑, 한국사교과서 ‘날림 검정’ 알고나 국정화 추진하는가

동아일보 입력 2015-10-08 00:00수정 2015-10-1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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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기로 최종 결론을 내리고 다음 주에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어제 청와대는 국정화 방침과 관련해 “교육부와 새누리당이 교육적 관점에서 정할 일”이라면서도 작년 2월 박근혜 대통령이 “역사교육을 통해 올바른 국가관과 균형 잡힌 역사의식을 길러주는 게 중요하다”고 한 말을 재차 강조했다. 이번 결정에 대통령의 의중이 실렸음을 시사한 것이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야권은 물론이고 학계의 비판이 많은데도 박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보이는 이유는 현행 검정제로는 교과서의 좌편향 상태를 바로잡을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지난해 “정부의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에 사실 오류와 이념적 편향성 논란이 있어선 안 된다”고 한 말을 뜯어보면, 오류와 편향성이 있는 교과서를 통과시킨 검정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검정제부터 대대적으로 뜯어고쳐야 할 일이지 국정화 전환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진단과 처방이 잘못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지난달 새누리당 서용교 의원의 교육부 국감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고교 한국사 검정심사 기간이 8개월이라고는 하나 실제 심사 기간은 넉 달에 불과했다. 교과서 1종을 1.7명의 검정위원과 연구위원(내용조사 담당)이 담당했다니 전문성을 발휘해 세밀하게 살피기는 애당초 불가능하다. 교육부가 2013년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 8종에 대해 829건을 수정·보완토록 권고한 것만 봐도 소수의 인원으로 단기간에 이뤄지는 검정이 얼마나 부실한지 알 수 있다.

한국사 교과서의 ‘집필 기준’이 교과서보다 두꺼울 만큼 정교하다면 이념 편향적 교과서는 나올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고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 기준은 달랑 12쪽에 불과하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든가, 북한 정권을 일방적으로 긍정 묘사해서는 안 된다는 기준 같은 것도 아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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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점을 그대로 둔 채 교과서와 제도를 탓하는 것은 정부의 무능과 책임 방기를 드러낼 뿐이다. 10월유신에 대해 ‘우리는 한국적 민주주의를 정립하고 사회의 비능률과 비생산적 요소를 불식해야 할 단계에 와 있다’고 가르친 1974년식의 국정 국사교과서 체제로 돌아갈 순 없다. 박 대통령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여도 정권이 교체되면 교과서 내용이 달라지거나 발행 체제가 다시 검정으로 바뀔 수 있다. 애국심 고양도 중요하지만 한 정권이 역사 교과서의 집필을 좌지우지하는 체제를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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