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유광석]對日 강경외교, 전략적 전환 필요

동아일보 입력 2014-10-23 03:00수정 2014-10-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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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에서 국민들로부터 일시 박수갈채를 받은 정책들이 장기적으로는 국익을 훼손한 경우가 적지 않다.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뒤이은 실언이 그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전 아사히신문 주필인 와카미야 요시부미 씨가 아베 신조 정권 재탄생의 추동력이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에 대한 발언,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국 내 반일 소요와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라고 분석한 것이 지금은 상식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실망스럽게도, 박근혜 정부의 대일 외교도 허와 실을 구분하지 못하여 실패하고 있다.

지금 일본 내 반한 움직임이 너무나 공공연하다. 우리 정부의 계속적인 대일 강경 자세에 대한 반발이 이에 일조한 것임은 물론이다. 이렇게 반한 분위기가 고조되니 일본 내에서 아베 정권의 폭주에 브레이크를 걸 세력이 숨을 죽이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건성으로라도 아베와 정상회담을 했다면 고노 담화의 검증 같은 일을 벌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한일 관계에 대한 어느 정도의 고려와 함께 일본 내에서의 견제가 작용했을 것이란 말이다.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관해 청구권협정에 대한 기존의 법률적 해석을 벗어난 외교적 결단으로 배상을 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우리가 이 문제를 끌어서 나타난 결과는 고노 담화와 같이 이전에 확보해 놓은 진상을 흠집 낸 것뿐이었다. 한일 관계에 대한 애정과 양심에 따라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 같은 역사적 문서들의 발표에 앞장선 인사들이 매국노로 매도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소중한 자산인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무엇을 하였는가.

한일 관계의 유례없는 악화는 우리와 미국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아가서 현 정부가 핵심적인 외교구상으로 제시해 놓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이 일본과의 협력이 없이도 구현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면 너무나도 희망적인 사고라고 생각한다. 우리 정부가 뒤늦게나마 전략적 결단을 하여 대일 외교의 방향을 전환한다면 국민들은 이를 굴욕 외교라고 폄하하는 일이 없이 허와 실을 구별하는 실리 외교로 환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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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석 전 외교부 대사
#외교#위안부#한일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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