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딸 살인 사건’ 친모 사전공모 인정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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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0월 11일 13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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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일 중학생 의붓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계부(31.왼쪽)의 범행에 공모한 친모(39.오른쪽)가 살인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광주지방법원으로 압송되고 있는 모습. © News1
지난 5월2일 중학생 의붓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계부(31.왼쪽)의 범행에 공모한 친모(39.오른쪽)가 살인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광주지방법원으로 압송되고 있는 모습. © News1
상습적으로 성추행해 온 중학생 의붓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엽기적인 사건의 쟁점 중 하나는 계부와 친모의 ‘사전공모’ 여부였다.

계부는 범행을 공모했다고 주장했고 친모는 적극 부인했으나 법원은 공동정범으로 봤다.

광주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정재희)는 11일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계부 A씨(31)와 친모 B씨(39)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고 ‘사전공모’를 인정해 중형을 내렸다.

A씨에게 징역 30년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15년간 신상정보 공개를 판결했고 B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 4월27일 오후 전남 무안군의 한 도로에서 의붓딸인 C양을 살해하고 광주 동구의 한 저수지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지난해 여름쯤 C양을 추행하는 등 13세 미만의 아동을 성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공판 진행 과정에서 A씨는 B씨가 수면제 이야기를 꺼냈고, 함께 시신을 유기한 장소를 다녀오는 등 범행을 공모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B씨는 자신이 적극적으로 말리지는 못했지만 공동정범은 아니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또 수면제 성분도, 자신이 자살을 하기 위해 처방을 받은 것일 뿐 범행에 사용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B씨가 술을 마시고 C양의 친부 등에게 연락한 내용 등을 보면 B씨가 C양에 대해 분노한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죽여야겠다”는 말은 감정이 쌓여서 한 말로 보이는 만큼 지난 4월15일 A씨와 살해를 공모한 것이 사실이라고 봤다.

사전에 A씨가 경북 문경의 한 펜션 인근 낭떠러지에서 돌을 굴린 뒤 “이 위치가 괜찮다”고 B씨와 나눈 대화도 둘이 살해할 마음을 먹고 사체유기를 위한 의사소통을 나눈 것으로 재판부는 판단했다.

수면제 처방과 관련해 B씨는 자신이 먹고 죽으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약국에 처방을 받으러 갔을 당시 CCTV를 살펴보면 B씨가 우울해 보이지 않는 점, 검찰 4차례 조사까지 자살을 언급한 적이 없는 점 등을 이유로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살해지시 여부 등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A씨의 진술을 보면 B씨가 C양을 만났을 때 차 안에서 성폭행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화를 내면서 ‘죽여라’고 했다”며 “반면 B씨는 3자 대면을 하자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A씨가 3자 대면 이야기를 들었다면 이에 대한 변명이나 부인하는 등 화를 냈을 것인데 그것에 대한 언급은 없었고 대화시도 과정도 없었다”며 “이에 B씨의 진술이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재판부는 “B씨가 A씨의 살해 행위를 못말린 것도 부자연스럽다”며 “B씨가 극도의 분노로 살해를 지시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런 점을 모두 종합할 때 두 사람이 공모해 만 12세에 불과한 딸을 살해했다”며 “이들에게 피해자는 각각 의붓딸과 친딸로 그 누구보다 보호조치를 취했어야 했지만 납득이 가지 않는 이유로 범행을 준비하고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설명했다.

또 “특히 피해자는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이것이 빌미가 돼 살해당했다”며 “범행이 중대하고 잔혹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A씨가 친모 B씨의 범행지시를 적극적으로 제지하는 것이 마땅했지만 범행장소와 방법을 제공하는 등 주도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범행의 중대성 등을 고려할 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B씨는 A씨의 성폭행 문제 등으로 인해 딸에 대한 극도의 분노를 갖고 수면제를 직접 처방받았고, 살해를 지시했다”며 “차량에 피해자를 태웠고, 수면제가 든 음료를 주는 등 범행을 용이하게 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씨는 피해자의 친모였지만 잔인하게 피해자를 살해했다”며 “수사과정이나 재판을 볼 때 진지하게 반성하는지도 의문이 든다. 범행을 관여한 형태를 볼 때도 반인륜적인 만큼 A씨 못지 않은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광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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