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통증 환자와 의사의 ‘동상이몽’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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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염 치료, 이것만은 알아야]

이수찬 창원힘찬병원 대표 원장
이수찬 창원힘찬병원 대표 원장
“저는 허리가 너무 아픈데 왜 자꾸 다리가 당기고 저린지만 물어보는 건가요?”

대학병원을 다녀왔다는 환자가 자신의 허리 통증을 대수롭지 않게 대했던 의사 선생님에 대한 섭섭한 속내를 드러냈다.

사실 허리가 아픈 증상만 가지고 치료에 집중하거나 수술을 하는 일은 흔치 않다. 간혹 허리가 아프면서 척추전방전위증, 척추분리증이 심하면 수술을 통해 증상이 좋아지기도 하지만 대부분 허리만 아프다고 수술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허리만 아플 때는 휴식과 약물, 운동, 물리치료 요법을 병행해 치료하면 대부분 좋아지지만 엉덩이나 다리가 땅기며 저린 신경 압박 증상이 있을 때는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그 대학교수가 본인이 호소하는 허리 통증에 대해서는 무심한 듯 보여 속상하고 서운하게 느꼈을 수도 있다.

특히 엑스레이상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으면서 허리 근육과 인대가 약하고, 나이가 들면서 불안정성으로 흔들려 허리가 아픈 경우에는 어떤 치료를 해도 잘 낫지 않는다. 치료를 하더라도 금방 좋아지지 않기 때문에 의사, 특히 대학교수 입장에서는 환자에게 집중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때는 충분히 쉬고 약을 먹으면 일시적으로 좋아졌다가 무리하면 통증이 반복된다. 수술도 그다지 효과가 없어 환자가 아프다고 하면 약물요법이나 물리치료를 권하게 된다.

급성이든, 만성이든 허리 통증은 치료를 하더라도 단시간 내에 좋아지지 않기 때문에 환자에게 운동을 권유하고 아플 때마다 약을 복용하라고 하는 게 전부이다. 이유야 어떻든 환자 처지에서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은 십분 이해한다.

이처럼 환자와 의사는 질환을 보는 관점이 다르다. 환자는 통증의 관점에서, 의사는 치료의 관점에서 질환과 증상을 대한다. 허리 통증에 대한 환자와 의사의 이런 ‘동상이몽’은 의사가 환자의 눈높이에 맞춰 마음을 읽으며 간극을 좁혀 나갈 수밖에 없다. 환자의 고통을 낫게 해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의사 본연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치료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힘든 환자라 할지라도 왜 아픈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아픈 부위가 조금이라도 더 나아질 수 있는지에 대해 차근차근 얘기하고,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충분히 설명해줌으로써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허리 치료는 쉽지 않은 분야 중 하나다. 치료도 힘들지만 환자를 이해시키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의술(醫術)은 인술(仁術)이라고 하지 않는가. 환자의 입장에서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는 의사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수찬 창원힘찬병원 대표 원장
#허리통증#척추분리증#관절염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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