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5·18 민주화운동, 불편한 진실 아닌 공감하는 역사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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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5·18/김정인 외 4인 지음/496쪽·2만6000원·오월의봄
◇5월 18일 맑음/임광호 외 4인 지음/256쪽·1만2800원·창비

1980년 5월 16일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민족민주화대성회’.(왼쪽 사진) 전남대 학생들을 비롯해 수많은 광주 시민들, 고등학생들도 이 집회에 참여했다. 그렇게 5·18의 서막이 열렸다. 광주 시내로 진입하는 계엄군 장갑차.(오른쪽 사진) 5월 18일 오후 4시경 시위대 진압을 위해 공수부대가 광주 도심에 투입되자 상황이 급변했다. 공수부대는 시민이 조금이라도 모이면 즉시 해산하라며 총칼을 휘둘러 숱한 희생자를 낳았다. 5·18기념재단 제공
1980년 5월 16일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민족민주화대성회’.(왼쪽 사진) 전남대 학생들을 비롯해 수많은 광주 시민들, 고등학생들도 이 집회에 참여했다. 그렇게 5·18의 서막이 열렸다. 광주 시내로 진입하는 계엄군 장갑차.(오른쪽 사진) 5월 18일 오후 4시경 시위대 진압을 위해 공수부대가 광주 도심에 투입되자 상황이 급변했다. 공수부대는 시민이 조금이라도 모이면 즉시 해산하라며 총칼을 휘둘러 숱한 희생자를 낳았다. 5·18기념재단 제공
벌써 39년째다. 그럼에도 유독 진실을 왜곡·폄훼당하는 숭고한 정신이 있다. 5·18민주화운동. 최근 일부 극우인사의 몰상식한 망언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광주지법 출석 등으로 5·18이 새삼 조명되는데, 모두 씁쓸한 소식 위주다.

이런 가운데 5·18의 역사적 사실과 세계사적 의미, 향후 과제 등을 역사학계에서 친절히 짚어준 책이 나왔다. ‘너와 나의 5·18’과 ‘5월 18일 맑음’이다. 전자가 대학생과 일반인에게 적합한 교양서라면, 후자는 청소년을 위한 책이다. 5·18기념재단이 2016년부터 기획해 3년여 준비 과정 끝에 탄생했다. 현재 대학과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교수, 교사들이 집필진으로 참여했다.

논란이 되는 5·18의 주요 쟁점을 살펴보자. 먼저 북한군의 광주 침투 여부다. 1980년 5월 대한민국은 민주화 시위의 물결로 뒤덮였다. 광주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해 5월 18일 완전 무장한 7공수여단 33대대가 전남대 교정 안으로 들어가려는 학생들을 마구 진압했다. 공수부대원들의 행동은 이전에 익숙히 봐오던 정부의 시위 진압 양상과는 전혀 달랐다. 5·18의 시작이다.

계엄군들은 도망가는 대학생들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했다. 계엄군의 상식 밖 만행이 벌어지자 시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한다. 대학생들보다도 양복을 입은 회사원, 주변 가게 자영업자들, 40대 이상 중장년층, 고등학생들이 더 많이 시위에 가담하기 시작했다. 어디에도 북한군이나 불순분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5·18을 ‘폭동’이라고 왜곡하는 일부 주장이 있다. 이들이 근거로 내세우는 가장 큰 이유는 시민들이 총을 들고, 군대에 대항해 싸웠으니 폭동이라 부른다. 그러나 당시 시민들이 배포한 ‘투사회보’에는 “계엄군이 발포하지 않는 한 우리가 먼저 발포하지 않는다”는 행동 강령이 적시돼 있었다. 또 시민들이 식사하지 못한 계엄군에게 빵과 우유를 나눠주기도 했다. 시민들에게 총은 군대를 전복시키려는 이유가 아니라, 적어도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한 생존 도구였던 것이다.

1960년 4·19혁명이나 1987년 6월 항쟁과 달리 왜 유독 5·18은 왜곡과 모욕에 시달릴까. ‘너와 나의 5·18’ 저자들은 “진실이 명백하게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두환 등 신군부 가해세력의 진실한 고백과 반성, 사과는 여태껏 없었다. 지금도 5·18 계엄군의 발포 책임자를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고, 희생자들의 정확한 집계도 이뤄내지 못했다.

5·18이 누구나 공감하는 모두의 기억이 될 순 없을까. ‘너와 나의 5·18’은 세계인이 홀로코스트의 역사에 어떻게 공감해갔는지를 따라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나도 피해자는 물론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심리적 동일시, 즉 공감의 과정”이 필요하다. 홀로코스트를 다룬 영화 ‘쉰들러 리스트’처럼 소설, 시, 만화, 다큐멘터리 등의 역할이 크다고 말한다. 그런 면에서 시민들이 5·18을 자신의 일처럼 느끼며 공감할 수 있는 대중문화 콘텐츠가 활발히 제작된다면, 5·18이 광주의 전유물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세계의 민주화 운동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이 책은 예상한다.

5·18이 불편한 진실이 아닌 공감의 역사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뜻 깊은 책들이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너와 나의 5·18#5월 18일 맑음#5·18 민주화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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