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잘하고 있나 자주 살피면 속도-능률이 오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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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혁신 전문가 애머빌 교수

조직혁신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테리사 애머빌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조직 구성원을 창의적 인재로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내재적 동기 부여’”라고 강조했다. 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
조직혁신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테리사 애머빌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조직 구성원을 창의적 인재로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내재적 동기 부여’”라고 강조했다. 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
“업무 환경만 바꿔도 직원들의 성과는 크게 올라갈 수 있다. 회사가 조직원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정책은 더 이상 효과가 없다. 조직원 스스로 발전하기 원하고 성과를 내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조직혁신 분야의 대가인 테리사 애머빌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의 조언이다. 애머빌 교수는 40년 가까이 개인이 창의성을 발휘하는 데 사회적 환경이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온 세계적 석학이다. 특히 그는 10년간 여러 기업 구성원들로부터 이메일을 통해 전달받은 약 1만2000건의 일기를 분석해 리더의 행동이 직장인들의 몰입과 만족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파악했고, 이를 다시 조직의 성과와 연계해 분석했다. 이를 통해 성과를 창출하고 혁신을 일으키는 데 중요한 건 개개인의 타고난 역량보다 업무 환경과 조직 문화라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입증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조직원들 스스로 성장하기 원하는 ‘내재적 동기’를 북돋는 조직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해법을 듣기 위해 애머빌 교수와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DBR 268호(2019년 3월 1일자)에 소개된 인터뷰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자신의 일에서 행복이나 성취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대부분의 조직에선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직원들을 압박하며 스트레스를 주고, 결과가 잘 나오면 상여금이나 승진으로 보상한다. 하지만 상사나 경영진의 간섭과 압력을 많이 받는 직원들은 결코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한다. 이는 1만2000건의 일기를 분석한 실증 연구결과다. 실제로 이메일 일기를 보내 온 연구 참여자 중 한 사람은 신사업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었다. 임원진은 이 직원에게 빨리 프로젝트를 마치라고 종용했고, 압박감을 느낀 그는 그저 빨리 끝내야겠다는 생각에 스스로도 불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제출하고 프로젝트를 마쳤다. 이런 직원들이 하나둘씩 쌓이면 기업의 성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모든 직원들이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유도해야 한다. 어떠한 대가가 주어지지 않아도 스스로 일을 잘하고 싶다거나 재미있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내재적 동기’라고 한다. 직원의 내재적 동기 유발은 자율적인 업무 환경에서부터 시작한다. 먼저 스스로 일의 목표를 분명히 설정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 이른바 ‘전략적 자율성’이다. 동시에 직원들 스스로 일하는 방식을 결정할 자유, 소위 ‘운영적 자율성’도 있어야 한다.”

―자율적인 업무 환경이 왜 중요한지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 설명해 달라.

“미국의 가정용품 제조 기업인 A사는 각종 혁신적인 가정용품을 개발해 오랜 기간 소비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이 회사의 신제품 개발팀은 하나의 작은 기업처럼 움직였다. 제품 기획, 개발, 사업성 평가를 위한 의사 결정이 모두 팀 내에서 이뤄졌다. 경영진은 팀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면서도 충분한 재정을 지원해 개발팀을 도왔다.

신임 최고경영자(CEO)가 오면서 상황이 180도 변했다. 이 회사의 한 신제품 개발팀은 수개월간 바닥이 잘 닦이는 대걸레를 개발하고 있었다. 팀원들은 제품 콘셉트 개발부터 디자인 설계에 이르는 전 과정에 참여했다. 문제는 경영진이 참여하는 제품 리뷰회의에서 발생했다. CEO가 개발팀의 의견을 무시하고 재무, 인사, 연구개발팀의 의견을 들은 후 신제품 콘셉트를 전면 수정했다.

당시 팀원은 이메일 일기장에 경영진이 타당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목표를 바꾼 것에 대해 몹시 짜증이 난다고 적었다. 팀 스스로 프로젝트의 방향을 설정할 자유를 빼앗고 명령으로 일관한 것에 좌절감을 느꼈다고도 고백했다. 다른 팀도 유사한 경험을 했다. 직원들은 점점 우왕좌왕하게 됐다.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고, 일을 잘해야겠다는 의욕도 꺾였다. 결국 이 회사는 4년 만에 파산했다.”

―이 외에도 직원들의 자율적인 업무 환경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선 조직이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직원들 스스로 자신이 일을 잘하고 있고 발전하고 있다고 느끼게 하면서 이를 즐거움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즉, 구성원들 스스로 매일의 업무에서 전진해 나갈 수 있도록 조직 내에 ‘전진의 법칙(The Progress Principle)’이 뿌리내리게 해야 한다.

전진은 신제품 개발, 혁신적인 서비스 개발과 같이 거창한 것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프로그래머가 코딩을 하다 작은 오류를 발견한다거나 팀 동료의 고충을 들어주고 해결해주는 등 아주 작은 개선 사항(small wins)도 여기에 포함된다.

대규모 다중접속 온라인게임(MMOG)에 많은 젊은이가 열광하는 것을 보면 이해하기 쉽다. MMOG는 게임 플레이어가 각자 달성한 업적이나 진도표를 계속 시각화해 보여준다. 이를 통해 게임 참가자들은 자신의 위치를 확인한 후 더 높은 실적과 더 좋은 아이템을 갖기 위해 힘쓴다.

MMOG의 사례는 기업 경영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리더는 조직원들이 팀 내에서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 어떤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는지를 잘 파악해 이를 격려하고 칭찬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럴 때 조직원들은 스스로 한 단계씩 전진을 이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
#테리사 애머빌#d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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