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목숨 걸고 구조 나선 의인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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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2018년 바다 의인상’ 시상식
개인부문 성진호 운항 김무남 씨, 단체부문은 장흥-포항지구대 수상

올 6월 제주 비양도 북서쪽 해상에서 조업을 하다 불이 난 낚싯배 P호에서 화염이 치솟고 있다. 해양경찰청 제공
올 6월 제주 비양도 북서쪽 해상에서 조업을 하다 불이 난 낚싯배 P호에서 화염이 치솟고 있다. 해양경찰청 제공
6월 19일 오전 4시 45분경 제주 비양도에서 북서쪽으로 11km 떨어진 해상에서 긴급구조신고가 해양경찰청에 들어왔다. 이 해역에서 조업하던 10t급 낚싯배 P호의 기관실에서 불이 나 침몰 위기에 있다는 다급한 신고였다. 낚싯배에는 선원 4명과 승객 3명 등 모두 7명이 타고 있었다.

해경은 제주해경 부두에 정박해 있던 3006함과 방제정에 출동 명령을 내린 뒤 무전으로 인근 어선에 구조지원을 요청했다. 같은 시간 사고 지점에서 가까운 해역에서 조업하던 70t급 유자망 어선 경복호를 운항하던 선장 김향복 씨(64)가 P호에서 불이 난 것을 발견하고 전속력으로 배를 몰아 달려갔다.

10여 분 뒤 사고 현장에 도착했지만 P호 기관실과 선수에는 이미 불길이 거세게 치솟고 있었다. 김 씨는 P호의 선미로 경복호를 접안시켜 선원과 승객을 모두 재빠르게 경복호에 옮겨 태웠다. 20여 분 뒤 3006함과 방제정이 현장에 도착해 불을 끄기 시작했다. P호는 화염에 휩싸인 뒤 침몰했다.

조현배 해양경찰청장은 “모든 해상 사고는 신속한 초기 대응이 구조 활동의 성패를 좌우한다”며 “해경이 현재 보유한 인력과 장비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김 씨와 같은 어민들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세종에서 인천으로 본청을 옮긴 해경이 17일 ‘2018년 바다 의인(義人)상’ 시상식을 열었다. 해경은 매년 위험을 무릅쓰고 바다에서 인명구조 및 해양오염 방지를 위해 노력한 개인이나 단체를 전국에서 추천받아 엄격한 심사를 거쳐 시상하고 있다.

해경은 올해 의인상 개인부문 수상자로 제주 서귀포 선적 성진호를 운항하는 김무남 씨(78)를 선정했다. 김 씨는 7월 10일 오후 8시 40분경 제주 서귀포시 외돌개해수욕장 앞 해상에서 한치 낚시를 하던 김모 씨(48) 부자가 너울성 파도에 휩쓸려 표류하고 있다는 신고를 전해 들었다. 고령이지만 수년 전부터 민간해양구조대원으로 활동해 온 그는 직접 성진호를 몰고 수색에 나서 40여 분 뒤인 9시 20분경 김 씨 부자를 발견하고 안전하게 구조했다.

또 의인상 단체 부문은 한국해양구조협회 전남 장흥지구대와 경북 포항지구대가 각각 받았다. 장흥지구대는 올해 장흥 지역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12건의 사고 현장에 모두 대원을 보내 해경의 신속한 구조작업을 도왔다. 포항지구대는 1월 실종자 수색작업에 드론을 띄워 지원했으며 4건의 실종사고 수습에 동참했다. 이들 지구대는 평소에 수중 정화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각종 지역 행사에서 해양안전 캠페인을 실시해 온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해경은 해상사고 수습 과정에서 민간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최근 수상구조법을 개정했다. 내년부터 해상사고가 발생했을 때 수색구조 활동이나 해양오염 방제작업 등에 참가한 어민에게도 출동수당(5만6000원)과 경비(유류비 등)를 지급하기로 했다.

그동안 민간해양구조대원 등과 같이 수난구호 명령 종사자에게만 수당을 줬지만 앞으로 이런 제한을 없애기로 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2018년 바다 의인상#비양도#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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