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취약계층에 행복을 나르는 ‘1000원 버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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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군 등 전남 4개 군에서 시행… 노인-학생 등의 이동권리 향상
교통비 절감-경제 활성화 일석이조

7일 전남 고흥버스터미널에서 1000원 버스가 운행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1000원 버스를 운행한 고흥군은 연간 버스 승객이 5% 증가해 주민 복지 향상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효과를 거두고 있다. 고흥군 제공
7일 전남 고흥버스터미널에서 1000원 버스가 운행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1000원 버스를 운행한 고흥군은 연간 버스 승객이 5% 증가해 주민 복지 향상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효과를 거두고 있다. 고흥군 제공
전남 4개 군에서 지역 어디를 가더라도 버스비를 1000원만 내면 되는 ‘1000원 버스’가 운행되면서 농어촌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1000원 버스는 오지 마을을 위한 100원 택시와 함께 노인, 학생 등 농어촌 교통취약계층의 이동권리 향상에 보탬이 되고 있다.

고흥군은 지난해 1000원 버스를 탑승한 승객은 184만 명이라고 10일 밝혔다. 이는 탑승거리별로 요금을 받는 구간요금제를 실시했던 2016년 연간 버스 승객이 175만 명이었던 것에 비해 5% 정도 증가한 것이다.

고흥은 지난해 1월 1일부터 농어촌버스 41대, 노선 114개에 1000원 버스가 운영되고 있다. 군은 1000원 버스 운행에 연간 6억4500만 원의 손실보상금을 버스회사 두 곳에 지원해 주고 있다. 1000원 버스 운행 이전에는 주민들은 탑승거리별로 최대 4300원을 내야 했다.

고흥은 해마다 인구가 1000명씩 줄어드는 곳이다. 또 전체 인구 6만6063명 중 2만5543명(38.7%)이 65세 이상 노인이다. 1000원 버스는 침체되던 고흥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정용태 고흥군노인회 사무국장(63)은 “노인들이 버스비 부담에 병원을 가지 않는 경우가 있었는데 1000원 버스 시행 이후 부담이 줄었다”며 “겨울철 농한기에는 버스에 노인들이 가득 찰 정도로 탑승객이 늘어나는 등 복지 혜택도 커졌다”고 말했다.

1000원 버스가 등장하면서 교통취약계층의 이동이 편리해진 것은 물론이고 버스요금 다툼도 사라졌다. 1000원 버스 시행 전에는 구간별로 요금을 받다 보니 요금체계가 복잡해 운전사와 승객 간에 의견 충돌이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운전사가 요금을 신경 쓰다 안전운행을 소홀히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권일 고흥군 경제유통과장은 “1000원 버스는 주민들의 교통비 절감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곡성군은 1000원 버스 20대(68개 노선)를 운행하고 있다. 보성군과 영암군은 1000원 버스 30대(133개 노선)와 28대(69개 노선)를 각각 운행하고 있다. 함평군은 다음 달부터 1000원 버스 30대를 운영할 방침이다. 1000원 버스 연간 지원금은 2억2000만 원에서 7억2200만 원이다.

1000원 버스 대부분은 군 행정구역을 넘지 않지만 일부 노선은 주민 편의를 위해 인근 시군까지 운행되고 있다. 영암군 관계자는 “1000원 버스를 주민들을 위해 인근 목포시나 나주시까지 운행해 지원금이 7억 원가량 소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농어촌 버스가 오가지 않는 오지 마을에서 100원만 내고 택시를 탈 수 있는 100원 택시는 교통취약계층의 발이 되고 있다. 전남 지역 100원 택시는 2014년 보성·화순군 73개 마을 주민 1010명을 대상으로 처음 시행돼 점차 확산됐다. 올해는 전남 전체 22개 시군 804개 오지 마을 주민 2만4949명이 혜택을 받았다.

남창규 전남도 도로교통과장은 “지난해 도내 100원 택시 1일 평균 이용객이 2874명이었다”며 “승객 77%가 병원 치료나 시장을 보기 위해 100원 택시를 이용하고 있고 오지마을 생활수준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1000원 버스#천원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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