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발레 옷 입은 카르멘… 에로틱한 몸짓의 진수를 보여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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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스페인국립무용단 ‘카르멘’

질투에 눈이 멀어 상관을 살해하고 있는 돈 호세(오른쪽)와 이를 지켜보는 카르멘(가운데). LG아트센터 제공
질투에 눈이 멀어 상관을 살해하고 있는 돈 호세(오른쪽)와 이를 지켜보는 카르멘(가운데). LG아트센터 제공
9∼12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 스페인국립무용단의 ‘카르멘’은 인간의 에로틱한 몸짓의 진수를 보여준 무대였다.

카르멘은 프로스페르 메리메 소설을 원작으로 작곡가 비제가 1875년 발표한 오페라로 잘 알려져 있다.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창조된 카르멘이 이번에는 현대발레로 무대에 올랐다. 스웨덴 안무가 요한 잉에르의 안무로 2015년 초연됐고, 지난해 잉에르에게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안무가상을 안겨줬다.

이번 공연에서 춤은 그 어떤 작품보다 관능적이었다. 특히 카르멘이 돈 호세, 투우사 등 남성을 유혹하고 사랑을 나누는 장면에 대한 사실적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대사 하나 없어도 서로가 얼마나 원하고 있는지가 동작만으로도 설명이 충분했다. 누워 있는 남성 위로 카르멘이 지나가거나, 서로의 몸을 탐하는 장면은 퇴폐적이기보다 섬세하면서도 역동적으로 느껴졌다. 카르멘으로 분한 엘리사베트 비오스카와 돈 호세를 맡은 단 베르보르트의 연기와 춤은 아찔했다.

무대 장치는 사람 키보다 2배 높은 정삼각형의 기둥 9개가 전부다. 단조롭게 보일 수 있지만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이동, 해체, 합체를 하며 벽, 기둥, 문, 거울, 조명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다. ‘적은 것이 많은 것(Less is More)’이란 ‘이런 것이다’를 훌륭하게 보여줬다. ★★★★(★ 5개 만점)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스페인국립무용단#카르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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