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전홍섭]보존해야 할 태릉선수촌의 역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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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진천의 새로운 선수촌이 9월 27일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반세기가 넘도록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산실이었던 태릉선수촌은 역사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시설이나 규모 면에서 더 좋은 선수촌을 마련했으니 선진 스포츠로 도약하는 데 별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문화재청과 대한체육회에서는 태릉선수촌의 철거와 존치 문제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태릉선수촌의 이전 문제가 본격화된 것은 2009년 조선 왕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부터다. 사적 제201호인 서울 태릉(泰陵)과 강릉(康陵) 사이에 있는 선수촌이 능역(陵域)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유네스코로부터 복원을 권고받았다. 그 후 문화재청에서는 선수촌의 진천 이전과 함께 태릉·강릉 일대의 체육시설을 철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대한체육회는 한국 스포츠의 역사가 고스란히 배어 있는 선수촌을 등록문화재로 지정하여 일부라도 보존할 것을 바라고 있다.

원래 태릉선수촌은 1966년 당시 민관식 대한체육회장의 주도로 ‘국가 대표급 선수 육성’이라는 목표 아래 불암산 자락 현 위치에 들어서게 되었다. 이후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레슬링의 양정모 선수가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금까지 100개가 넘는 금메달을 따내며 영광스러운 스포츠 영웅을 배출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바 있고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있다. 이것은 태릉선수촌에서 고된 훈련을 이겨낸 우리 대표 선수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면에서 태릉선수촌은 우리나라 스포츠의 발전을 이끈 역사적인 장소임에 틀림이 없다. 소중한 역사의 현장을 그대로 묻어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왕릉의 경관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선수촌의 일부 건물을 역사관이나 기념관으로 꾸몄으면 좋겠다. 그러면 고대와 근현대 문화유산이 공존하는 의미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홍섭 교육칼럼니스트
#진천 선수촌#태릉선수촌#조선 왕릉#유네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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