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제2공항 건설 ‘산 넘어 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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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절취-미확인 천연동굴 등… 추진 과정서 문제점 노출땐 난항
공군부대 설치說로 뒤숭숭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제2공항 건설예정지. 60여 가구가 이주해야 하고 900여 가구가 소음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천연 용암동굴 존재 및 공군 부대 연계 여부 등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제2공항 건설예정지. 60여 가구가 이주해야 하고 900여 가구가 소음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천연 용암동굴 존재 및 공군 부대 연계 여부 등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에 건설될 예정인 ‘제2공항’을 대선 후보들이 주요 공약으로 내건 가운데 오름(작은 화산체) 절취와 공군부대 설치, 천연동굴 보존 등의 문제로 제2공항 건설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선 후보 대부분이 제2공항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원점 재검토’ 입장을 밝혔다. 찬성 후보들 사이에서도 미묘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절차적 투명성과 지역 주민 상생’을 전제로 조기 개항을 약속했다. 서귀포시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갈등을 의식해 조건을 단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제2공항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우고 ‘정상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공약대로라면 새 정부에서 제2공항 추진은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기획재정부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해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사업 예비타당성’을 조사한 결과 비용 대비 편익(BC)이 1.23으로 기준인 1을 넘어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는 타당성을 확보했다. 사업비는 종전 4조880억 원에서 4조8734억 원으로 7854억 원이 증액됐다.

하지만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공항 건설을 위해 인근 오름 10개를 깎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김방훈 제주도 정무부지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제주 제2공항 건설 관련 10개 오름 절취 계획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측도 “비행안전과 관련해 오름을 절취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공항 건설 예정지의 ‘미확인 천연동굴’은 잠재적인 ‘화약고’나 다름없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2003년 문화재청이 발간한 제주도 천연동굴 일제조사 보고서를 토대로 사업지 근처에 ‘신방굴’이 매장문화재 가치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지만 향후 추진 과정에서 지구물리탐사 등의 조사를 하면 새로운 천연동굴 발견 가능성이 높다. 제주는 화산 폭발로 형성된 섬으로 지하에 미지의 용암동굴이 산재하기 때문이다. 주변에는 천연기념물인 수산굴을 비롯해 여러 동굴이 있다. 천연기념물 가치가 있는 용암동굴이 발견된다면 제2공항은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제2공항에 공군 남부탐색구조부대가 설치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공군은 1997년 국방중기계획에 반영된 이후 계속 순연된 남부탐색구조부대를 2021년부터 운영하기 위해 관련 기관과 논의하겠다는 뜻을 최근 밝혔다. 이 때문에 남부탐색구조부대를 제2공항 건설과 연계한다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순수 민간공항인 제2공항이 군 공항시설로 이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천명했다. 국방부 입장과 관계없이 어떠한 협의와 검토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조기 진화에 나섰다.

제2공항은 현재 제주국제공항이 예측보다 이른 2018년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2015년 11월 성산읍 일대 496만 m²에 건설하기로 결정됐다. 국토교통부와 제주도는 올해 제2공항 개발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내년부터 2019년까지 기본 및 실시설계, 2020년 용지 보상 후 착공해 2025년 개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3200m 길이의 활주로 1개와 여객터미널을 건설해 연간 2500만 명을 수용할 계획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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