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가장 애매한 말이 ‘어렵게 승부하라’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23일 고척 롯데전에서 마무리 김세현, 포수 김재현 배터리에게 이 주문을 했다. 6-4로 쫓기던 9회말 2사 1·3루로 몰리던 상황에서 롯데 4번타자 이대호를 상대할 때였다.
그러나 김세현은 초구 직구를 바깥쪽 약간 높게 꽂으려 했다. 이대호의 배트가 망설임 없이 돌았고, 우중간 안타가 됐다. 6-5까지 좁혀졌다. 넥센은 다음타자 김민수를 삼진으로 잡고 가까스로 승리를 지키긴 했다. 그러나 경기 직후 만난 장 감독의 얼굴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개막 이후, 연패~연승~연패 이후 롯데전 위닝시리즈까지 결코 평탄한 길이 아니었다.
‘이대호와 왜 승부했느냐’는 질문에 장 감독은 “‘어렵게 승부하라’고 했다. 유인하다 안 되면 볼넷을 줘도 된다고 생각했다. 방망이가 나온다고 다 안타가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벤치 의도보다 김세현의 공은 몰렸고, 가슴 철렁한 상황이 빚어졌다.
장 감독은 “KIA와 했을 때, 최형우한테 고의4구를 내줬을 때가 떠올랐다”는 고백도 꺼냈다. 그 다음타자 안치홍에게 적시타를 맞으며 결국 패착이 된 것이다. 이번엔 이대호와 대결을 선택해 장타라도 맞았다면 장 감독의 선택은 또 도마에 올랐을 터다.
장 감독은 “결국 (감독은) 결과로 말하는 자리 같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어쨌든 이긴 이상, 장 감독의 모호한 지시와 김세현의 ‘실투’는 묻힐 것이다. 이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며 원숙함이 형성될 것이다.
리더는 선의가 아니라 성과로 평가 받는 자리다. 그렇게 전직 넥센 운영팀장 장정석은 ‘감독’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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