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악수할까요?”… 트럼프, 얼굴 찌푸린채 딴청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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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獨 정상 냉랭한 만남

전 세계에서 가장 센 남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와 가장 센 여자(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첫 만남은 예상대로 냉랭했다.

신경전은 17일 백악관 내 집무실 오벌오피스에서의 악수부터 시작됐다. 백악관 출입 사진 기자들이 악수하는 장면을 요청하자 메르켈이 트럼프를 보며 “악수하실래요?”라고 물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얼굴을 찌푸리고 손끝을 모은 채 기자들만 바라봤다. 겨우 “독일 언론에 잘 나갈 수 있도록 찍어 달라”고 한마디를 했다.

독일 언론들은 트럼프가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 손등까지 토닥였던 영국 테리사 메이 총리, 19초 동안 손을 잡고 흔들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때와 비교해 ‘의도된 냉대’라고 해석했다. 영국 가디언은 “트럼프가 메르켈의 말을 못 들었을 수도 있지만 여기저기서 악수를 외치는 취재진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을 리가 없다”며 의도적인 행동으로 분석했다.

조용한 성격으로 11년째 총리를 하고 있는 베테랑 여성 총리와 성격이 급하고 돌발 행동이 많은 기업인 출신 남성 대통령의 엇박자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절정에 달했다.

트럼프는 공동 기자회견장에서 “메르켈과 나는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도청을 당했다는 점에서 적어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가 2010년 오바마 행정부의 국가안보국(NSA)이 메르켈 총리의 전화를 도청했다고 한 폭로를 상기시키며 확인도 되지 않은 ‘오바마의 트럼프 도청설’에 메르켈을 끌어들인 것이다. 좌중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고 뜬금없이 엮인 메르켈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한심하다는 듯이 트럼프를 쳐다봤다. 블룸버그통신은 “적어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말은 공통점이 거의 없다는 뜻”이라고 비꼬았다.

두 정상은 사안별로도 부딪쳤다. 메르켈이 유럽연합(EU)과 미국의 무역협정 협상 재개를 요구하자 트럼프는 “미국은 수년간 많은 나라에 의해 매우 불공정하게 대접받았다. 호혜적이고 공정한 무역이 돼야 한다”며 지난해 649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대독일 무역 적자를 언급했다. 이어 “나는 고립주의자가 아니다. 자유무역주의자, 공정무역주의자”라고 주장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위비 분담 문제에 대해서도 트럼프는 “많은 국가가 과거 많은 액수를 빚졌으며 이는 미국에 매우 불공정하다. 이 국가들은 그들의 몫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르켈은 국내총생산(GDP)의 2%를 방위비로 지출하도록 하는 나토의 지침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응수했다.

트럼프는 정상회담 다음 날 트위터에 “당신이 ‘가짜 뉴스’에서 무슨 얘기를 들었든 나는 메르켈과 좋은(great) 회담을 했다”며 회담 결과에 부정적인 언론 보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독일에 제공하는 강력하고 매우 값비싼 방위에 대해 돈을 더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공동 기자회견에서 “왜 그렇게 ‘가짜 뉴스’에 관심이 많으냐” “사실이 아닌 것을 알면서 왜 (거짓) 주장을 고집하느냐”며 트럼프를 향해 돌직구 질문을 던졌던 독일 언론들은 이후에도 트럼프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독일 빌트지는 “오바마 도청설에 대해 어떤 증거도 내세우지 못하고 있고 EU와 해야 할 이야기를 독일에 요구한다”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미국 대통령은 동맹국 정상에게 친한 척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언론들도 “트럼프는 메르켈같이 강하고 유능하고 똑똑한 여성을 두려워한다”(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로저 코언), “메르켈이 미국에서 예의 없는 대접을 받은 데 대해 내 모든 독일 친구들에게 사과한다”(퇴역 장성 출신의 마크 허틀링 CNN 코멘테이터) 등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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