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달러 금융거래 시스템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서비스가 16일(현지 시간) 북한 은행을 완전히 시스템에서 퇴출시킨 것에 대해 북한 금융 전문가인 탈북자 출신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은 “국제 금융에서 북한의 신용도가 제로가 된 것으로 타격이 매우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SWIFT 퇴출은 국제 사회의 문제 국가들에 이미 효과가 검증된 제재 수단이다. 미국은 2012년 핵 개발에 매달리던 이란을 제재하기 위해 이란 중앙은행 등 30개 금융기관을 SWIFT에서 퇴출시켰다. 이란은 최대 돈줄인 석유 수출을 위한 달러 결제 수단이 막히자 결국 미국과의 대화에 나섰고 2015년 미국과의 핵협정에 서명했다.
이번 조치 역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세계 유일의 달러 결제 시스템인 SWIFT에서 퇴출시켜 평양으로의 달러 유입을 어렵게 하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재원 마련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일각에선 이번 조치가 미국의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제재를 능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마카오 BDA 내 북한 계좌 2500만 달러(약 275억 원)를 동결하자 당시 북한 지도부에선 “고통스럽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미국은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SWIFT에서 북한의 전면 퇴출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9월 미 하원이 발의한 ‘북한 국제금융망 차단 법안’이 대표적이다. SWIFT나 해당 관계자가 북한 조선중앙은행 등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바로 제재할 수 있는 처벌 조항도 명시했다. SWIFT는 과거 미얀마와 시리아 은행들을 퇴출시켜 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거부했지만 이번에는 북핵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이란과 달리 폐쇄경제 체제인 데다 BDA 제재 후 미국의 금융 제재를 비켜가기 위해 비자금을 중국 위안화, 러시아 루블화 등으로 다변화한 만큼 제재 효과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에 SWIFT에서 퇴출된 조선무역은행은 이미 2013년 북한 3차 핵실험 후 중국 주요 대형 은행들과 거래가 끊어지는 등 수년 전부터 정상적인 외화 거래를 못하고 있어 이번 조치로 인한 타격이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북한이 각종 꼼수를 동원해 달러 결제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등 우방국 은행들을 매수해 북한의 해외 결제 업무를 대신하도록 하거나 해외에 파견된 북한 대표부가 해당 국가 은행들마다 계좌를 만들게 해 직접 거래하게 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해외 관리들을 이용할 경우 돈을 갖고 탈북하는 등 배달 사고가 날 가능성도 있다. 또 소액의 경우 외교행낭을 더 적극 활용해 돈을 결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이든 SWIFT를 직접 갖고 거래하는 것보다 매우 복잡하고 번거로울 수밖에 없다. 평양에 여명거리 건설 등 대규모 건설사업을 벌여놓고 자재 등을 수입해야 하는 북한엔 뼈아픈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주성하 / 세종=이상훈 기자
●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1973년 유럽과 북미의 240개 금융사가 회원사 간 결제 업무를 위해 만든 폐쇄성 네트워크. 현재 세계 200여 개국 1만1000개 은행이 이 시스템을 통해 국제 금융거래를 할 정도로 확대. 현재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국내 모든 시중은행이 SWIFT에 가입됨. 회원 금융사는 8∼11자리 숫자·알파벳으로 구성된 코드를 부여받아 다른 금융사와 SWIFT를 통해 자유롭게 거래. 반면 퇴출된 금융사는 SWIFT를 통한 달러 등 외화 거래 자체가 불가능해 국제 금융거래가 사실상 봉쇄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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