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달러유입 전면 차단… 핵미사일 개발 돈줄 끊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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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은행 국제금융망서 완전 퇴출

“인터넷에서 웹사이트 주소를 차단당한 것과 마찬가지다.”

국제 달러 금융거래 시스템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서비스가 16일(현지 시간) 북한 은행을 완전히 시스템에서 퇴출시킨 것에 대해 북한 금융 전문가인 탈북자 출신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은 “국제 금융에서 북한의 신용도가 제로가 된 것으로 타격이 매우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SWIFT 퇴출은 국제 사회의 문제 국가들에 이미 효과가 검증된 제재 수단이다. 미국은 2012년 핵 개발에 매달리던 이란을 제재하기 위해 이란 중앙은행 등 30개 금융기관을 SWIFT에서 퇴출시켰다. 이란은 최대 돈줄인 석유 수출을 위한 달러 결제 수단이 막히자 결국 미국과의 대화에 나섰고 2015년 미국과의 핵협정에 서명했다.

이번 조치 역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세계 유일의 달러 결제 시스템인 SWIFT에서 퇴출시켜 평양으로의 달러 유입을 어렵게 하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재원 마련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일각에선 이번 조치가 미국의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제재를 능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마카오 BDA 내 북한 계좌 2500만 달러(약 275억 원)를 동결하자 당시 북한 지도부에선 “고통스럽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미국은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SWIFT에서 북한의 전면 퇴출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9월 미 하원이 발의한 ‘북한 국제금융망 차단 법안’이 대표적이다. SWIFT나 해당 관계자가 북한 조선중앙은행 등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바로 제재할 수 있는 처벌 조항도 명시했다. SWIFT는 과거 미얀마와 시리아 은행들을 퇴출시켜 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거부했지만 이번에는 북핵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이란과 달리 폐쇄경제 체제인 데다 BDA 제재 후 미국의 금융 제재를 비켜가기 위해 비자금을 중국 위안화, 러시아 루블화 등으로 다변화한 만큼 제재 효과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에 SWIFT에서 퇴출된 조선무역은행은 이미 2013년 북한 3차 핵실험 후 중국 주요 대형 은행들과 거래가 끊어지는 등 수년 전부터 정상적인 외화 거래를 못하고 있어 이번 조치로 인한 타격이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북한이 각종 꼼수를 동원해 달러 결제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등 우방국 은행들을 매수해 북한의 해외 결제 업무를 대신하도록 하거나 해외에 파견된 북한 대표부가 해당 국가 은행들마다 계좌를 만들게 해 직접 거래하게 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해외 관리들을 이용할 경우 돈을 갖고 탈북하는 등 배달 사고가 날 가능성도 있다. 또 소액의 경우 외교행낭을 더 적극 활용해 돈을 결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이든 SWIFT를 직접 갖고 거래하는 것보다 매우 복잡하고 번거로울 수밖에 없다. 평양에 여명거리 건설 등 대규모 건설사업을 벌여놓고 자재 등을 수입해야 하는 북한엔 뼈아픈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주성하 / 세종=이상훈 기자

●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1973년 유럽과 북미의 240개 금융사가 회원사 간 결제 업무를 위해 만든 폐쇄성 네트워크. 현재 세계 200여 개국 1만1000개 은행이 이 시스템을 통해 국제 금융거래를 할 정도로 확대. 현재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국내 모든 시중은행이 SWIFT에 가입됨. 회원 금융사는 8∼11자리 숫자·알파벳으로 구성된 코드를 부여받아 다른 금융사와 SWIFT를 통해 자유롭게 거래. 반면 퇴출된 금융사는 SWIFT를 통한 달러 등 외화 거래 자체가 불가능해 국제 금융거래가 사실상 봉쇄됨.
#북한#은행#달러유입#핵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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