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3의 장소서 대만대표부 초치 ‘택시 성폭행’ 항의…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3일 22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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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택시 성폭행 항의도 ‘하나의 중국’ 영향
대만을 외교상대로 인정하지 말라는 중국 고려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도 대만 대표 비공개 초대

한국 여성 관광객을 상대로 한 대만 택시기사의 성폭행 사건에 대한 외교적 항의가 외교부 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로 이뤄졌다. 대만을 외교상대로 인정하지 말라는 중국의 요구, 즉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정진규 외교부 재외동포영사국 심의관(부국장급)은 23일 오후 천룽진 주한대만대표부 부대표를 불러 성폭행 사건에 대한 대만 당국의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에 대한 처벌, 해당 택시회사에 대한 강력한 행정제재를 요구했다. 당초 영업중단과 자진해산을 발표한 가해 업체 '제리택시 투어'가 여전히 영업을 하고 있는데 대한 항의였다.

천 부대표는 이 자리에서 "대만 당국도 사안의 중요성을 인식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유사사건을 조사하고 주요 관광지에서 택시의 불법 영업을 단속하고 있다"며 "해당 택시 업체는 영업금지 처분을 내렸고 가해자는 대만 형법에 따라 가중처벌돼 중형에 처해질 것"이고 밝혔다.

이번 초치는 비공개로 이뤄졌고 장소도 당초 알려진 정부서울청사(외교부 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이뤄졌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당초 외교부 청사로 부르려 했으나 주한대만대표부 측에서 제3의 장소를 요청해 이를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만 외교관을 정부청사로 부를 경우 중국이 불만을 갖고 이를 항의할 가능성을 고려해 한국과 대만이 장소를 절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1992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했으며 그 이후부터 대만을 정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 때문이다. 한국은 타이페이에, 대만은 서울에 대사관이 아닌 대표부를 두고 있다.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때도 왕진핑 대만 입법원장(국회의장에 해당) 등 대만 대표단이 참석했지만 양측은 이를 공개하지 않았고 중국도 이 사실이 공개되지 않는 선에서 문제 삼지 않았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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