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 숨겨온 ‘보물급 불상’ 팔려다 딱 걸린 부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9일 19시 37분


코멘트
강원 평창군에 위치한 한 유명 사찰. 자신을 '권 실장'이라고 소개한 권모 씨(47)는 스님과 사찰 박물관 관리인에게 사진 몇 장을 건넸다. 사진을 본 이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권 씨가 건넨 사진 속에는 17세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국보급 유명 불상이 다수 들어있었다. 그러면서 사찰 박물관 관리인에게 "몇 억만 주면 넘기겠다"는 은밀한 제안을 건넸다.

권 씨는 경상남도 합천군 위치한 또 다른 사찰을 찾아가 그 곳에도 같은 제안을 했다. 하지만 이 사찰을 마지막으로 권 씨는 더 이상 은밀한 거래를 할 수 없었다. 사진을 받아 든 사찰 관리인은 해당 불상이 1989년 전국 완주군 위봉사에서 도난당한 목조관음보살 입상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권 씨가 사찰에 거래를 제안한 11점 불교 문화재 모두 1991년부터 5년 동안 전국 6곳 사찰에서 도난당한 것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권 씨는 1991년부터 불교 문화재를 모아 사립 박물관을 운영했던 75세 권모 씨의 아들. 이들 부자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모은 불교 문화재 11점을 무허가 창고에서 수십 년간 보관해오다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하고 올 4월 사찰에 매각하려다 덜미가 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도난당한 불교 문화재 11점을 개인 창고에 숨겨 보관하다 판매하려 한 권 씨 부자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고 29일 밝혔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