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상 우려에… 韓日 통화스와프 논의 재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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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日에 통화스와프 재개 제안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한일 재무장관회의에서 지난해 2월을 끝으로 중단된 양자 통화스와프 논의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결정은 한국이 먼저 통화스와프 논의를 제안하자 일본이 이를 받아들여 한일 재무장관회의 공동보도문에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등으로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정부가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위안부 문제 등으로 경색됐던 한일 외교 관계가 개선되면서 한일 양국의 경제협력 기조가 다시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 美 금리인상땐 외국자본 발 뺄 우려… 금융안전망 강화 나서 ▼

한국이 27일 일본에 통화스와프 논의 재개를 전격 제안한 것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연내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비록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흑자 규모 등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은 양호하지만 비상 상황에 대비한 안전장치는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이번 통화스와프의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소 100억 달러(약 11조2000억 원) 이상으로 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 금융위기에 선제대응


최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최고위 인사들은 잇달아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26일(현지 시간) 미국 와이오밍 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준의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견고한 고용시장과 미국의 경제전망 개선 등의 측면에서 볼 때 연준은 금리를 인상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은 옐런 의장의 연설 직후 ‘연내 금리 2회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까지 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이뤄져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외국인 투자자금은 급격히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국제 투자자금은 금리가 조금이라도 더 높은 곳으로 움직인다. 한국은 올 7월 말 현재 3714억 달러에 이르는 외환을 보유하고 있고 중국 등 여러 나라와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외환의 급격한 유출 등에 대비하려면 위기가 오기 전에 달러 유로 엔화처럼 국제적으로 영향력이 큰 통화들과 스와프 협정을 맺어 추가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국내에서 1997년 외환위기 때처럼 대규모 외화 유출이 없었던 데에는 미국 일본 등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여기에 일본과의 외교관계가 개선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일 양국은 그간 통화스와프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을 하면서도 정치·외교적인 문제로 서로 말을 꺼내지 못했다. 2011년 말 700억 달러까지 확대됐던 한일 통화스와프 규모는 일본의 역사 왜곡, 위안부 문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등이 겹치면서 지난해 2월 ‘0원’이 됐다.

한일 양국의 통화스와프 논의 재개로 양국 경제협력 기조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한중 관계가 삐걱되는 상황에서 북한 핵 및 미사일에 대한 공동 대응을 고리로 신(新)밀월관계가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온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양국 간 경협의 상징적 의미를 고려해 한국이 일본에 통화스와프 개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 역시 “통화스와프는 지역의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한일 간 무역, 투자 촉진 등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언론은 한국이 ‘체면보다 실리를 선택했다’며 관련 뉴스를 비중 있게 다뤘다.

○ 한은 행보에 주목

한편 미국 연준이 시장의 예상보다 강하게 연내에 기준 금리를 올리겠다는 움직임을 보이자 국내 금융정책을 이끄는 한국은행의 행보에 시장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옐런 의장의 금리 인상 언급 이후 국내 금융권에서는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잇달아 나온다. 한은이 미국과 반대로 기준 금리를 낮춘다면 외국인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진다. 올 6월 한 차례 금리를 내린 한은은 내수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시기를 저울질해 왔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제 한은이 미 연준 움직임과 반대로 금리를 인하할 명분을 찾기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현재 상황에선 한은이 금리를 계속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만약 한은이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응해 금리를 올릴 경우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인해 국내 경기 전반에 빨간불이 켜질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미국이 9월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않는다면 한은이 4분기(10∼12월) 중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김학균 미래에셋대우 투자분석부장은 “미국과 반대로 유럽, 일본 등은 마이너스(―) 금리 확대와 양적 완화 정책을 펼치는 등 글로벌 경제가 대분열(Great divergence)하는 상황”이라며 “한은이 반드시 미국을 따라갈 필요가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 통화스와프 ::


외환위기 등이 터졌을 때 자국 통화를 상대국 통화나 미국 달러와 맞교환하는 것을 말함. 당장 필요한 외화를 빨리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
  
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 / 이건혁 기자 / 도쿄=장원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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