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금리인상 대비한 韓日통화스와프 모처럼 잘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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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이 작년 2월부터 중단된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그제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재무상과 가진 재무장관회의에서 “한국이 통화스와프 논의를 제안했고, 일본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통화스와프는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는 대신 상대국 통화나 미국 달러화를 받아오는 계약으로 외환위기를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양국은 세부 조건을 조율해 연말경 협정을 발효할 예정이다.

한국은 현재 중국 호주 아랍에미리트(UAE)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5개국과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지만 모두 상대국 통화와 맞바꾸는 계약이다. 한일 통화스와프는 엔화 자체가 기축통화인 데다 일본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어 위기의 파도를 막을 방파제 구실을 할 수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이달 8일 한국의 신용등급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높여 원화가치가 뛰었는데 통화스와프 때문에 원화가치는 더 높아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 기업은 일본과의 가격 경쟁에서 불리해진다. 외환위기를 막을 최후의 보루인 통화스와프는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양날의 칼인 셈이다.

미국의 재닛 옐런 연준 의장과 연준의 2인자인 스탠리 피셔 부의장이 최근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불황에 허덕이는 한국 경제에 큰 악재다. 한국이 더 이상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기 힘들 뿐 아니라 자본 유출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한일 재무장관회의 직전 우리 정부가 “의제에 통화스와프가 없다”고 공언하고도 돌연 통화스와프를 제안한 것은 미국 변수 때문이다. 차제에 한미 통화스와프까지 맺는다면 글로벌 환율전쟁 시기 금융 불안을 잠재우는 데 큰 효과를 낼 것이다.

일본 신문들은 “양국 관계 개선이 경제 분야로 확대됐다” “일본도 한국과의 관계 확대로 얻는 메리트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번 회의에서 양국은 아시아 인프라 투자사업을 추진하고 일본 주도의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협업하기로 했다. 이 같은 한일 경제공조가 중국을 압박해 북한에 대한 중국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유일호 경제부총리#한일 경제공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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