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기획] 역대급 타고투저, 현장이 내놓은 보완책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8월 26일 05시 30분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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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타고투저 시즌이 계속 되고 있다. 타율 3할이 넘는 타자들이 즐비하다보니 현장에서는 ‘투수지옥’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타고투저 현상이 매년 심해지자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스트라이크존 확대나 마운드 높이 조정과 같은 임시방편뿐 아니라 투수들의 기술향상이라는 근본적인 보완책을 내놓기도 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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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트라이크존 확대 필요성

현장에서는 역대급 타고투저의 원인 중 하나로 스트라이크존을 꼽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A구단 감독은 “메이저리그나 일본리그와 비교해 봐도 우리 스트라이크존이 굉장히 좁다. 국제대회를 가보면 확연히 느껴진다”며 “몸쪽이나 바깥쪽은 심판마다 다를 수 있는데 위아래가 너무 빡빡하다. 투수가 스트라이크존 아래쪽 코너로 잘 던진 공이 볼로 판정되면 힘이 빠지기 마련이다. 위쪽도 마찬가지다. 높낮이를 조금만 넓혀서 잡아줘도 투수들의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의견을 게재했다.

비좁은 스트라이크존에 대해서는 심판진들도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팀장급 B심판위원은 “심판들 사이에서도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논의를 계속 하고 있다”며 “심판들마다 존이 다르긴 한데 시즌을 시작할 때는 좀 넓게 잡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좁아지는 것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심판들의 스트라이크존이 좁아지는 이유는 TV중계의 영향이 크다. 중계화면에 잡히는 스트라이크존은 2차원이지만 심판들이 보는 스트라이크존은 3차원이다. 투수의 공은 직선으로만 들어오지 않는다. 심판들은 3차원으로 봤을 때 스트라이크존에 살짝 걸쳐 들어오는 공을 스트라이크로 잡지만 방송중계화면상으로는 볼로 보이는 경우가 있다. B심판위원은 “야구팬들은 중계화면을 보고 판단하기 때문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또 시즌이 끝나면 심판들이 전체 스트라이크-볼 판정에 대한 평가를 받기 때문에 좀더 정확히 보려고 (스트라이크)존이 좁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시즌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심판들에게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잡아라’, ‘좁혀라’라고 할 순 없는 노릇이다. 대신 시즌 전체를 두고 봤을 때 일정하게 잡자는 얘기를 많이 나눈다”고 설명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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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수들의 기량 향상이 우선

일각에서는 타고투저를 완화하기 위해 마운드 높이를 높여야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LG 양상문 감독은 “이런 식이면 투수들이 버티지 못한다. 타자들의 기술향상에 비해 투수들의 발전 속도가 느리다”며 “스트라이크존 확대도 방법이 되겠지만 마운드를 다시 높이는 걸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마운드 높이는 국제규격인 25.4㎝(10인치)를 유지하고 있지만 극심한 타고투저를 타계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공인구의 반발력을 낮춰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KIA 박흥식 타격코치는 궁극적으로 타고투저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장치를 만들기보다 투수들의 기량 향상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코치는 “스트라이크존 확대와 같은 보완책이 필요하겠지만 더 멀리 내다보면 투수들의 발전이 더 필요한 것 같다”며 “요즘 투수들은 공의 무브먼트나 제구력, 볼끝의 힘이 예전 투수들에 비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시속 150㎞의 공을 던져도 종속이 140㎞대 초반에 불과하니까 타자들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타자들은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힘을 길렀고 기술도 나날이 향상되고 있다. 방망이도 단풍나무로 만들어지면서 반발력이 세졌다”며 “타자에 비해 투수의 발전 속도가 느린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를 이겨내야 하는 것 또한 투수들이 해야 할 일 아니겠는가. 시속 130㎞대 공을 던져도 제구력만 뒷받침된다면 타자들을 이겨낼 수 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좀더 정교하게 공을 던지고, 또 종속을 더 신경 쓰면서 기술을 갈고닦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당장 어떤 장치를 마련해서 타고투저를 완화하는 것보다 이 현상을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투수들이 발전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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