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부터 입맞춤까지’…현장서 본 볼트의 ‘화끈 쇼맨십’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9일 16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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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육상 남자 200m 결승 경기에서 19초 78의 기록으로 우승한 자메이카 우사인 볼트가 세레머니를 펼치고 있다. /2016.8.18/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k
18일 오후 (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육상 남자 200m 결승 경기에서 19초 78의 기록으로 우승한 자메이카 우사인 볼트가 세레머니를 펼치고 있다. /2016.8.18/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k

“화려한 쇼가 벌어질 오늘 밤에 이 곳을 찾은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한 브라질 자원봉사자는 19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 주경기장으로 들어서는 관람객들에게 이렇게 외쳤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많은 사람들의 목적은 육상 남자 200m 결선에 나서는 ‘번개’ 우사인 볼트(30·자메이카)의 화끈한 쇼맨십과 세계 기록(19초19) 경신 여부를 두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었다.

볼트의 경기가 시작되기 3시간 전만해도 관중석 곳곳에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그러나 남자 200m 결선 시간이 임박하자 자메이카 국기를 흔들거나, 볼트를 응원하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든 팬들이 경기장으로 몰려들었다. 경기 시작 20분전부터는 비가 쏟아졌지만 관중들은 “볼트”를 연호하며 세계 최고 육상 스타의 등장을 기다렸다.

경기장 전광판에 남자 200m 결선이 곧 시작된다는 문구가 나오자 관중들 사이에서는 환호성이 터졌다. 경기장에 메탈그룹 건스 앤 로지스의 ‘웰컴 투 더 정글’의 멜로디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마침내 볼트가 트랙 위에 모습을 드러내자 관중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볼트는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이면서 대회 2관왕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볼트가 스타트 연습을 할 때마다 관중석에서는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경쾌한 음악과 번쩍이는 불빛, 볼트의 몸짓에 따라 열광하는 관중들의 모습은 유명 가수의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출발 총성이 울리기 전에 볼트는 로큰롤 멜로디에 맞춰 몸을 흔들거나 삼바 리듬을 타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자신을 소개하는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가 나오자 볼트는 두 팔을 활짝 펼치면서 자신 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볼트는 이날 19초78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관중들은 환호했지만 정작 볼트 자신은 복잡한 감정에 휩싸인 듯했다. 그는 자신의 기록을 본 뒤에 하늘을 바라보며 탄식하고는 잠시 표정을 찡그렸다. 그러나 잠시 뒤에 방송 중계 카메라를 향해 “넘버원”이라고 외치며 웃었다. 자신이 가진 세계 기록을 뛰어 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이 종목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한 기쁨이 공존하는 듯 했다. 경쟁자들과 압도적인 실력 차를 바탕으로 여유롭게 결승선을 통과하는 경우가 많은 볼트지만 이날은 결승선 통과 시에 가슴을 쭉 내밀어 조금이라도 기록을 단축시켜 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볼트의 우승이 확정된 뒤부터는 경기장에서 축제가 벌어졌다. 볼트가 자메이카 국기와 브라질 국기를 걸치고 경기장을 돌자 관중들은 “우사인 볼트”를 외치며 환영했다. 동시에 경기장에는 볼트의 고향 자메이카의 레게음악이 흘러나왔다. 볼트가 자메이카 팬들과 함께 휴대전화로 ‘셀카’를 찍자 볼트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팬들 간의 가벼운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200m를 20초도 안돼 주파한 볼트지만 우승 세리머니를 하면서 경기장 한바퀴를 도는 데는 10분이 소요됐다. 마침내 출발 지점에 도착한 볼트는 자신의 레인인 6번 레인에서 트랙에 입을 맞춘 뒤에 특유의 ‘번개 세리머니’를 보여주며 화려한 쇼의 막을 내렸다.

리우데자네이루=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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