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서 관광버스 화재 발생…탑승자 26명 전원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9일 21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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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관광객을 태우고 대만 국도를 달리던 관광버스에서 화재가 발생해 탑승자 26명 전원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19일 중국 환추(環球)시보와 대만 롄허(聯合) 보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분경 타오위안(桃園)공항 부근 도로를 달리던 관광버스에서 갑자기 화재가 발생했다. 버스는 이어 오른쪽 길 옆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 멈춘 채 화염에 휩싸였다.

이 버스에는 랴오닝(遼寧)성 지역에서 온 중국인 관광객 24명과 여행가이드, 운전기사 등 26명이 타고 있었지만 단 한 명도 빠져 나오지 못했다. 한 목격자는 “사고 버스의 앞부분에서 연기가 났고 이어 도로 난간을 들이받고 나서 불길에 휩싸였다”고 말했다. 다른 목격자는 “(버스 안에서) 살려달라는 목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은 이날 관광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하기 위해 타오위안 공항으로 가던 길에 변을 당했다.

롄허보는 사고 원인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검찰과 경찰은 앞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해 계기판 고장이 원인인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화재 차량이 소속한 ‘메이쿠이스윈(¤¤石運)공사’의 또 다른 관광버스도 2년 전 16명을 태운 채 화재가 발생해 긴급히 탈출하는 일이 있었다고 롄허보는 전했다.

대만 언론은 이번 차량 화재 사고에서 차량 엔진이 차의 뒤에 있는데도 앞부분에서 먼저 화재가 발생한 점, 순식간에 버스 전체가 화염에 휩싸인 점, 버스에는 앞뒤 문과 지붕의 통풍구 등 8개가량의 탈출구가 있었는데 한 사람도 탈출하지 못한 점 등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만 관광버스공회전국연합회 천르중(陳日中) 비서장은 “8개의 탈출구가 있고 창문을 깨는 도구도 비치돼 있었는데 전혀 이용하지 않은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천 비서장은 “갑작스런 화재에 당황한데다 대륙 관광객들이 대만의 관광버스에 익숙하지 않고, 앞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해 버스 기사가 승객들을 대피하도록 할 겨를이 없었던 것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5월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정부가 들어선 이후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가 냉각돼 대륙 관광객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대형 인명 피해 사고가 발생해 또 다른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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