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百 혁신의 산실 ‘롯데유통대학’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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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된 사내대학, 성장 공신 역할

롯데백화점이 3월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 20, 30대 고객을 타깃으로 문을 연 ‘엘큐브’. 2010년 롯데유통대에서 나온 미니백화점 아이디어를 토대로 기획됐다. 롯데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이 3월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 20, 30대 고객을 타깃으로 문을 연 ‘엘큐브’. 2010년 롯데유통대에서 나온 미니백화점 아이디어를 토대로 기획됐다. 롯데백화점 제공
“이젠 백화점 말고 ‘20화점’ ‘30화점’으로 고객 요구에 맞춰 세분해야 하지 않을까요.”

2010년 5월 롯데백화점이 사내에서 운영하는 ‘롯데유통대학’ 16기의 졸업 발표회에서 이런 아이디어가 튀어나왔다. 만물상처럼 다양한 제품군을 모은 백화점 대신 일부 소비자만을 위한 미니백화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당돌한 주장이었다. 발표자들은 미리 미니백화점이 생긴 일본 도쿄 시부야, 신주쿠에 견학까지 다녀왔다.

당시는 한국의 백화점 매출이 성장하던 시기였다. 주요 신규사업도 아웃렛 확장 등으로 이미 결정 난 상황. 20, 30대 여성을 위한 패션·뷰티 편집숍과 맛집을 모은 미니백화점, 일명 ‘콤팩트 몰’을 만들자는 이 주장은 주목받지 못했다. 잊혀질 뻔한 이 아이디어가 빛을 본 것은 6년이 지난 올해 3월,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 ‘엘큐브’가 문을 열면서다. 그새 유통환경이 급변하자 롯데백화점 MD(상품기획)전략팀은 고객을 세분한 작은 백화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상권을 분석해 젊은층에 인기 많은 패션과 화장품 브랜드를 선정했다.

그 결과 3월 개장 후 지금까지 누적 매출 23억 원을 올렸다. 더불어 이 아이디어를 냈던 롯데유통대가 주목을 받고 있다. 롯데백화점 직원들 사이에서는 “롯데유통대가 백화점 성장의 숨은 공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롯데유통대는 유통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1994년 출범한 롯데백화점 내 사내교육 커리큘럼이다. 1년간 마케팅, 상품기획, 영업 등 유통 전반에 대한 이론 교육과 실무 교육을 병행한다. 매년 5월 교육생들은 졸업발표회를 통해 임원들 앞에서 신성장 모델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그동안 졸업발표회에서 우수평가를 받은 30여 개 아이디어 중 30% 이상이 이미 현실화됐거나, 준비 중에 있다. 롯데백화점 스마트폰 앱 개설(2011년 9월), ‘스타일난다’ 등 온라인 패션몰의 오프라인 백화점 매장 도입(2012년 7월) 등이 대표적이다. 주방식기 전문 스토어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는 잠실점 프리미엄 리빙관 오픈(2015년 3월)으로 현실화됐고, 2014년 온·오프라인 연계 쇼핑서비스 아이디어는 그해 말 온라인에서 구매한 상품을 백화점에서 바로 찾아가는 ‘픽업데스크’ 서비스로 처음 선을 보였다.

유통대 정원은 20명 안팎. 사내 평판조회 등을 거친 입사 만 2년 이상 사원, 대리가 대상이다. 과장급 이상은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유로 배제된다. 해외 사례 탐방비용이 지원되고, 성적 우수자에게는 포상금과 인사고과 인센티브가 주어지기 때문에 매년 1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린다.

롯데백화점 박완수 경영지원부문장은 “백화점의 성장 정체를 극복하기 위해 롯데유통대에서 나온 신성장 모델 아이디어의 상품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검토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롯데백화점#롯데유통대학#유통전문가#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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