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요” 가출 10대, 대낮 50대 주부 흉기로 잔혹 살해…긴급체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9일 22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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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한 고등학생이 생면부지 40대 주부가 사는 아파트에 택배 배달원으로 가장하고 침입해 잔혹한 살인극을 저질렀다. 이 고교생은 생활비와 해외여행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금품을 노리고 아파트에 침입해 주부 조모 씨(49·여)를 살해한 혐의(강도살인)로 최모 군(17·고2)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 군은 28일 오전 10시 20분경 광주 서구의 한 아파트 4층 조 씨의 집에 들어가 미리 준비한 흉기로 조 씨를 20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최 군은 27일 오전 7시 어머니에게 “학교에 가겠다”며 집에서 나온 뒤 등교하지 않았다. 대신 흉기 4개를 가방에 챙긴 채 버스를 타고 광주에 왔다. 최 군은 광주의 한 학교 주변을 서성거리다 같은 날 오후 7시 반경 조 씨가 사는 아파트에서 범행 대상을 찾다가 옥상에서 잠을 잤다. 이어 다음 날 아파트 4층에서 조 씨의 딸(18)과 남편이 1시간 간격으로 나가는 것을 목격한 뒤 오전 10시 15분경 조 씨 집 현관 벨을 눌렀다.

최 군은 전날 아파트 5층에서 훔친 빈 굴비상자를 챙겼다. 상자 밑에는 흉기 2개를 감췄다. 택배배달원으로 위장하기 위해 옷까지 갈아입은 뒤 현관 벨을 눌렀다. 조 씨가 인터폰으로 “누구냐”고 묻자 태연히 “택배 배달 왔다”고 말했다. 현관문을 열어 준 조 씨가 강도임을 눈치 채고 저항하자 최 군은 흉기로 조 씨의 몸을 20여 차례나 찔러 살해했다. 최 군은 범행 직후 조 씨의 사체를 거실에서 욕실로 옮기고 곳곳에 남아있던 혈흔과 지문을 닦았다. 또 피해자 휴대전화로 조 씨 남편에게 두 차례 카톡을 보내 언제 귀가하는지 확인했다. 최 군은 인터넷에서 비슷한 범행 수법을 보고 준비했다.

최 군은 낮 12시 20분 노트북과 휴대전화, 신용카드 5장, 현금 2만 원을 챙겨 아파트를 빠져나온 뒤 부산으로 이동했다. 이어 일본으로 가려고 시도했으나 여권이 없어 실패했다. 최 군은 평소 일본에 가보는 것을 꿈 꿨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아파트 폐쇄회로(CC)TV와 피해자 아파트 싱크대 서랍장에 묻은 지문을 확보한 뒤 최 군의 신원을 확인해 사건 발생 28시간 만에 부산역에서 검거했다. 그는 일본 밀항비용 마련을 위해 2차 범행을 모색하던 중이었다. 경찰은 최 군의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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