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는 반등, 유럽은 장중 하락… 살얼음판 글로벌 증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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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쇼크]금융시장 불안한 여진 지속

패닉 벗어난 증시 27일 국내외 금융시장이 지난주 브렉시트 충격을 딛고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전 거래일보다 1.61포인트 올라 1,926.85에 장을 마친 코스피 등이 표시된 전광판을 한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패닉 벗어난 증시 27일 국내외 금융시장이 지난주 브렉시트 충격을 딛고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전 거래일보다 1.61포인트 올라 1,926.85에 장을 마친 코스피 등이 표시된 전광판을 한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충격으로 지난주 대혼란에 빠졌던 아시아 금융시장이 27일 진정된 모습을 보이며 ‘블랙 먼데이(검은 월요일)’를 비켜 갔다.

하지만 뒤이어 문을 연 유럽 시장에서는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오후 11시(한국 시간)까지 2% 안팎의 하락세를 보이며 브렉시트의 여진을 이어갔다. 미국 증시도 하락세로 출발했다. 세계 경제가 ‘가보지 않은 길’에 들어섰고, EU 추가 탈퇴 움직임 등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많아 국내외 금융시장은 당분간 불안한 출렁임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 아시아는 소폭 반등, 유럽은 장 초반 하락세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08% 오른 1,926.85에 장을 마쳤다. 장 초반 1% 이상 떨어지며 1,900 선을 위협받았던 코스피는 하락 폭을 줄여 장 막판에 극적으로 반등을 이뤄냈다. 코스닥지수도 0.15% 오른 648.12로 마감했다.

외국인들이 ‘팔자’에 나섰지만 ‘탈(脫)한국’이 예상됐던 영국계 자금은 국내 주식을 오히려 소량 사들였다. 브렉시트 여파로 24일 30원 가까이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2.4원 오른(원화 가치는 하락) 1182.3원에 거래를 끝냈다. 일본 증시도 2.39% 올랐고, 중국 증시도 1% 이상 반등했다.

이날 아시아 금융시장의 안정은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비상 대응에 나선 데다 브렉시트가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금융시스템 붕괴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공포감이 누그러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아시아와 달리 유럽은 지난 주말의 공포가 이어지는 분위기였다. 위기의 진원지인 영국을 비롯해 독일과 프랑스 증시는 이날 장중 2% 안팎의 급락세를 이어갔다. 특히 런던 증시에서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바클레이스, 이지젯 등 은행 항공 건설주(株)들은 장중 최대 20% 안팎의 폭락세를 연출했다.

24일 11% 폭락했던 영국 파운드화 가치도 27일 장중에 3% 이상 하락해 2거래일 연속 31년 만의 최저치 기록을 갈아 치웠다. 지난주보다 하락 폭은 크게 줄었지만 시장의 우려는 가시지 않은 모양새다.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영국 경제는 브렉시트로 인한 금융 불안을 견뎌낼 힘이 있다”며 시장을 다독였지만 증시 및 파운드화 가치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추가 폭락 가능성도”

브렉시트의 후폭풍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자 한국 정부와 한국은행은 민관 합동으로 브렉시트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발언과 조치들을 일제히 쏟아냈다.

스위스 국제결제은행(BIS) 회의에 참석했다가 급거 귀국한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긴급간부회의를 주재하고 당장 이번 주 공개시장 운영을 통해 3조 원 이상의 단기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이 총재는 “대외 개방도가 높은 한국은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경제에서도 브렉시트의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경제 주체들이 단기적 상황 변화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금융권역별 대응체계 점검회의에서 “브렉시트는 실제로 현실화되는 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므로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위기가 곧바로 발생한 2008년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리먼 파산이나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때는 직접적인 금융시스템 훼손이 발생했지만 브렉시트는 영국, EU 등과의 무역 연계 정도에 따라 국가별로 영향이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요 8개 은행장도 긴급회동을 갖고 “외화유동성 점검, 실물부문 지원 강화 등으로 브렉시트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겠다”고 뜻을 모았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22개 증권사 사장들과의 회의에서 “주가 급락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금융시장이 앞으로 바닥을 찍고 ‘V자형’ 반등을 하기보다는 ‘L자형’의 약세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각국의 브렉시트 대응 움직임에 따라 금융시장이 추가 폭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 시점에서 모든 게 불확실하다”며 “미국, 유럽 등이 시장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 2차 충격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임수 imsoo@donga.com·이건혁 기자
#브렉시트#코스피#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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