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도시화, 사람 아닌 자본의 필요로 이루어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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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창작과 비평’ 창간 50주년 기념… 학술행사 초청된 데이비드 하비 교수

데이비드 하비는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다양한 주제를 다뤄서인지 ‘당신의 책은 지리학 인류학 문화비평 중 어느 쪽이냐’란 질문을 받는데, 내 대답은
‘그 전부 다’”라고 말했다. 창비 제공
데이비드 하비는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다양한 주제를 다뤄서인지 ‘당신의 책은 지리학 인류학 문화비평 중 어느 쪽이냐’란 질문을 받는데, 내 대답은 ‘그 전부 다’”라고 말했다. 창비 제공
“뉴욕 시내를 밤에 돌아다니면 불 켜진 건물은 10% 정도일 걸요? 대다수 건물을 중국이나 러시아 부호가 소유하고 있죠. 대도시에 건설 붐이 일지만 주택 문제는 여전합니다.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투자를 위해 건물을 짓기 때문이죠.”

세계적인 지리학자이자 마르크스주의 이론가인 데이비드 하비 뉴욕시립대 교수(81)는 2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의 도시화는 사람이 아닌 자본의 필요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면서 “자본주의 사회 시스템에 불평등이 만연해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성장을 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계간 ‘창작과 비평’ 창간 50주년 기념 국제학술행사에 초청돼 11년 만에 방한했다.

영국 출신으로 케임브리지대 세인트존스칼리지에서 지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하비 교수는 마르크스주의를 기반으로 자본주의의 모순과 도시화의 위기를 지적해 왔다. 그는 “대부분의 도시에서 주택의 할당과 자본의 분배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면서 “현대 도시의 문제는 단순히 노동계급의 문제로만 해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임금이 올라도 많은 돈이 집세로 나갑니다. 뉴욕의 자영업자 역시 임대료 상승으로 건물에서 쫓겨나고요. 자본계급은 한쪽에서 돈을 풀지만 다른 쪽으로 다시 거둬들이고 있는 셈이죠.”

‘유연한 마르크스주의자’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하비 교수는 15년 전부터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마르크스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에 오른 그의 ‘자본론’ 강독 강의는 수십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소련식 사회주의가 마르크스에 대한 여러 측면 중 특정한 시각만을 우리에게 전달했습니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끊임없이 자기를 비판하며 새 가능성을 찾는 무척 유연한 사람이었어요. 지금도 마르크스의 작업은 재해석의 여지가 있습니다.”

창비는 10월 하비 교수의 논문선집 ‘데이비드 하비의 세계를 보는 눈’을 출간할 예정이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데이비드 하비#창비#창작과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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