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점수보다 능력중심 기업-구직자 윈윈의 길 中企도입 지원 늘릴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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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권 고용노동 장관 기고

자소서? 자소설? 이젠 직무 능력이 대세!

“지방대. 토익 520으로는 서류 통과도 어려웠어요. 그런데 작년부터 서류전형이 달라졌어요. 측량병으로 일했던 경력과 자격증으로 어필했고 당당히 합격했어요!”

2014년 7월 취임 이후 300번 넘게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경제 상황은 어렵고, 현장의 목소리는 절실했다. 로봇이 초밥을 만들고 정교한 수술도 한다. 인간의 일자리는 줄어든다. 정년 60세 시행과 에코세대의 노동시장 진입 등으로 우리가 처한 상황은 더 어렵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취업 패턴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공기업 입사지원서에 가족과 학력, 어학 점수를 적는 칸이 사라지고 있다. 그 대신 “지원한 직무에 대한 교육을 이수한 적 있나요? 있다면 그 내용은 무엇입니까?” 같은 질문이 이어진다. 올해까지 230개 공공기관에 이런 ‘능력 중심 채용’이 도입됐고, 내년에는 전체 공공기관에서 시행된다.

민간도 서서히 동참하는 분위기다. 올해 3월 삼성 현대차 등 주요 기업이 ‘능력 중심 채용 실천 선언’을 발표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도입하고 싶어도 여력이 안 된다고 호소한다. 그래서 정부는 전문가 컨설팅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핵심 직무가 무엇인지 진단하고, 어떤 인재를 뽑아야 하는지 도와준다. 지난해 380개 기업에 컨설팅을 실시했는데 입소문을 타고 수요가 늘고 있다.

과거 10년간 경제가 1% 성장하면 일자리는 8만7000여 개 늘었다. 능력 중심으로 채용하고 성과에 따라 대우한다면, 일자리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더디지만 현장은 움직이고 있다. 지난주 LG이노텍이 생산직을 대상으로 호봉제를 폐지하고, 성과 중심 제도를 도입했다. 기존 호봉제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데 노사가 공감한 것이다. 인사 시스템을 성과 중심으로 바꾼다면 지속적인 능력 향상과 동기 부여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생산성은 확보되고 기업경쟁력은 제고되며 투자와 성장, 일자리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1% 경제성장으로 앞으로 10년간 15만 개가 넘는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 길이 청년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정도(正道)다.

“힘든 길이 옳은 길이다.” 공직 생활을 하며 한시도 잊은 적 없다. 관행을 바꾸는 힘든 길 속에 희망이 싹튼다. 청년에게 희망을 주자. 우리 사회는 학벌보다 능력이 우선인 사회로 거듭날 것이다.
#능력중심#토익점수#이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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