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대학성적표, 자녀 허락받고 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대학들, 우편발송 폐지… 온라인 열람은 학생 동의 요구
“부모 알권리 막는건 불합리” vs “개인정보-사생활 보호”

수도권 공립대를 졸업한 회사원 왕모 씨(29·여)는 대학생 시절 매 학기 기말고사가 끝나면 부산 고향집으로 부리나케 내려가 우편함을 매일 확인했다. 부모님께서 성적표를 보는 게 싫어 미리 챙겨놓기 위해서였다. 왕 씨처럼 부모님 몰래 성적표를 감추는 것도 옛이야기가 되고 있다. 대학마다 성적표를 우편 대신 온라인으로만 공개하면서 학부모의 열람 권한도 학생이 지정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본보가 주요 대학 14곳을 조사한 결과 한양대와 서울시립대가 이번 학기부터 성적표를 온라인으로만 공개하기로 했다. 성적표 우편 발송 폐지는 2012년 한국외국어대, 2013년 고려대가 먼저 시작했다. 발송 및 인쇄에 드는 비용 절감과 개인정보 보호가 가장 큰 이유다. 이화여대도 2월 ‘학부모 포털’을 만들어 부모가 볼 수 있는 정보 공개 범위에 대해 전면 공개, 성적만 비공개, 모두 비공개 등 3단계로 나눠 학생이 고르도록 했다. 대학들은 학부모에게 정보를 공개하는 필수 조건으로 학생의 동의를 요구한다. 서울대와 연세대, 성균관대, 경희대, 서강대 등은 “우편으로 직접 받기를 원하는 학부모가 많다”며 우편 발송을 유지할 방침이다.

대학들의 온라인 정보 공개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종근 교육부 교육정보화과 사무관은 “성적표에 기재된 이름, 학력 등은 민감성 개인정보”라며 “학부모 마음도 이해되지만 개인정보는 본인 동의가 있어야 공개하는 게 원칙이다. 학기 초마다 대학에 이 같은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런 변화를 환영하고 있고 학부모들은 마땅치 않게 생각하고 있다. 한양대생 이호영 씨(26)는 “학교생활도 사생활로서 부모님께 알리기 꺼려지는 게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에 다니는 자녀를 둔 오모 씨(52)는 “등록금을 부담하는 부모 입장에서 자녀의 학교생활을 아는 데 제약이 따르는 건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대학성적표#개인정보#사생활 보호#부모 알권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