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도심 등산로서… 서울 수락산 등산 60대女, 흉기에 찔려 숨진채 발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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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소한 살인전과 60대 男 “내가 죽였다” 사건 13시간만에 자수
‘강남 화장실 살인’ 이어 불안 가중

지난해 10월 경남 무학산 살인 사건에 이어 7개월 만에 혼자 등산하던 여성이 산에서 모르는 남성에게 살해됐다. 최근 강남 화장실 살인 사건 이후 여성 관련 범죄에 대한 공포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마당에 벌어진 사건이라 여성 등산객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 “내가 죽였다” 여성 등산객 살해 용의자 자수

서울 노원경찰서는 29일 새벽 서울 노원구 수락산 등산로에서 주부 A 씨(64)를 살해한 용의자 김모 씨(61)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사건 발생 13시간 만인 이날 오후 6시 30분경 경찰서를 찾아 “수락산에서 사람을 죽였다”고 자수했다. 그와 피해자는 일면식도 없었다. 경찰은 오후 8시경 상계동 한 주택가 쓰레기 더미에서 김 씨가 버린 15cm 과도를 발견해 피해 여성의 혈흔과 일치하는지 분석하는 한편 김 씨를 상대로 정확한 살인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김 씨는 강도 살인죄로 복역하다 최근 출소했다.

노원구 상계동에 사는 A 씨는 이날 오전 5시 30분경 수락산 정상에서 5km가량 떨어진 ‘수락산보루 삼거리’에서 목과 배를 여러 차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평소 홀로 등산을 즐기던 A 씨는 이날 오전 5시경 집을 나서 불과 30분도 안 돼 살해됐다. 집에서 약 10분 거리인 온곡초교 뒤편 등산로 입구로 산에 올랐다. 이곳은 교통편이 좋지 않아 주로 동네 주민들이 찾는 코스다.

김 씨가 자수하지 않았다면 이번 사건 해결도 장기화될 뻔했다. 도심과 달리 등산로에는 폐쇄회로(CC)TV나 차량 블랙박스처럼 용의자를 쫓을 만한 단서가 부족해 사건 해결이 쉽지 않다. 과거 등산로 범죄 중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날 경찰은 수락산 근처 CCTV와 피해 여성 주변 탐문 수사를 벌였지만 용의자의 범위를 쉽게 좁히지 못했다. 수락산 주요 등산로 입구만 10곳이 넘는다. A 씨가 오른 곳처럼 작은 등산로 입구까지 포함하면 수십 개에 달한다.

○ 불안에 떠는 여성 등산객

사건 소식을 접한 여성 등산객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락산은 해발 638m로 그리 높지 않고 산세도 험하지 않아 많은 등산객이 찾는 서울 도심의 대표적인 명산이다. 평소엔 혼자 오르는 사람이 많은 곳이지만 이날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모 씨(67·여)는 “평소 1주일에 3번꼴로 혼자 수락산에 오르는데 오늘 아침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는 뉴스를 듣고 겁이 나 친구들과 함께 왔다”고 말했다. 남편과 함께 산에 오른 정모 씨(60·여)도 “집에서 가까워 자주 찾는데 앞으로 혼자 등산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여성 등산객 살인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28일 경남 창원 무학산에서는 50대 여성이 살해됐다. 사건 6개월 만에 검거된 범인은 성폭행을 하려다 저항하자 발각될 것을 우려해 목 졸라 죽였다. 2008년 9월 인천 남동구 만월산에서도 50대 여성이 흉기에 찔려 숨졌다. 모두 혼자 산에 오르다 참변을 당했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이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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